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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야 물렀거라】 “이열치열이라고요? 우린 폭염을 몰라요”
한 여름 1300도 고열 앞에서 작업하는 대장간 사람들
2019-07-17 20:09:33최종 업데이트 : 2019-07-18 09:48:00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 46-23에 소재한 제일대장간 천제동(남, 71세. 경력 50년) 장인이 화덕에 불을 올리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에 소재한 제일대장간 천제동(남, 71세. 경력 50년) 장인이 화덕에 불을 올리고 있다

"이열치열이라고 하잖아요. 저희는 한여름에도 푹염이라는 말을 몰라요. 사람들이 35도만 오르면 폭염이라 피서를 간다고 난리들인데, 저희 작업장은 화덕온도가 불이 성할 때면 1300도에요. 쇠를 녹여야 하잖아요. 그러니 한여름 폭염이라고 해야 저희들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단어라고 봐야죠."

16일과 17일 오후, 수원시내에서 가장 뜨거운 작업장을 찾아다니다가 1300도나 되는 높은 열기 앞에서 작업을 하는 대장간을 찾았다. 이 무더운 여름에 대장간 사람들은 어떻게 여름을 날까? 17일, 한낮 기온이 31도인데도 이곳에선 외부 온도가 그리 관심을 끌지 못한다. 밖의 기온과는 상관없이 잠시만 서있어도 온 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기 때문이다.

기자가 불길이 솟는 화덕 앞에 1분여 가량 서 있는데도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그런 열기 앞에서 하루 종일 작업을 계속하는 대장간 사람들. 이들에게도 피서라는 말이 소용이 있는 말일까?

"수원에는 현재 세 곳에 대장간이 있어요. 저희 구천동 공구시장 안에 명일대장간과 제일대장간이 있고요. 지동시장에서 수원천을 따라 수원사 방향으로 올라가다보면 동해철공소가 있어요. 수원이 단일지역 내에서는 전국에서 대장간이 제일 많이 남아있는 곳이죠. 한때 공구상가에는 대장간이 여섯 곳이나 있었어요."

구천동공구시장 상인회 박명희 회장도 한 때는 대장간 운영을 했다고 한다. 용인 한국민속촌이 처음 시작하기 전 민속촌에서 사용할 각종 쇠붙이 등을 자신이 운영하는 대장간에서 만들어 납품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대장간을 운영하다가 대장간을 접고 각종 공구 등을 판매하는 업소로 바꿨다고 한다.

구천동 공구시장 대장간에서 쇠를 녹이는 화덕의 온도는 1300도나 된다

구천동 공구시장 대장간에서 쇠를 녹이는 화덕의 온도는 1300도나 된다

대장간이란 철과 구리 등 금속을 달군 후 두드려 연장이나 각종 기구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대장간에서 사용하는 기구로는 풀무와 화로를 비롯해 모루 · 메 · 망치 · 집게 · 숫돌 등이 있다. 풀무는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이며, 모루는 불이 불린 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는 쇳덩이다. 그리고 메는 무엇을 치거나 박을 때 쓰는 방망이를 말한다.

대장간에서 쇠를 녹여 각종 기구를 만드는 장인을 '대장장이'라고 하고 '야장'이라고도 불렀다. 우리나라 기록상 최초의 야장은 신라의 석탈해(昔脫解)였다. 신라 때 철유전(鐵鍮典)이나 축야방(築冶房)과 같은 관서가 있어 무기와 생활용품, 농기구 등을 제작하였는데, 이미 많은 대장장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이들을 딱쇠 · 대정장이 · 성냥 · 바지 · 야장(冶匠) · 철장(鐵匠)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렀다.

이외에도 신라시대 사찰에는 불상과 종의 주조기술을 가진 사노(寺奴)가 있었다. 고려시대에는 관직·제도상에서 여러 장인 가운데 홀대대장(笏袋大匠) · 연장(鍊匠) · 전장(箭匠) 등은 대장간을 관장하던 관리로 여겨진다. 조선시대의 <경국대전> 공전(工典)에는 한양에 192명, 지방에 458명의 야장이 각 관서에 배치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대장간은 50여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끝을 날카롭게 만든 공구인 노미가 대장간 바닥에 쌓여있다

끝을 날카롭게 만드는 공구인 노미가 대장간 바닥에 쌓여있다

"요즈음은 대장장이에게 피서나 혹서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1300도의 고열에서 작업하는 대장간 사람에게 피서나 폭염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죠." 제일대장간에서 화덕에 불을 올리고 있던 야장이 무덤덤하게 말한다.

"사람들은 35도를 넘으면 폭염경보를 내리거나 햇볕을 쪼이지 말라고 하는데 그런 것은 뜨거운 것이 아니죠. 생각해 보세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1300도가 넘는 불 앞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피서나 폭염이라는 말이 가당키나 한 말이라고 생각하세요. 저희는 작업을 마치고 화덕 앞을 떠나면 그것이 피서라고 보아야죠."

그 말을 듣고 나니 뜨거운 불 앞에 잠시 서 있었다고 "뜨겁다"고 너스레를 떤 것이 무안하다. 하루 종일 작업을 하면서도 덥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대장간 야장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밥 먹는 시간 외에는 하루 작업을 마칠 때까지 불 앞을 떠나지 못한다고 하는 대장간 사람들. 그들에게 피서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수원시 팔달구 구천동 46-30에 소재한 명일대장간 김기철(남, 63세. 경력 50년) 장인이 벌겋게 달군 쇠를 두드리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에 소재한 명일대장간 김기철(남, 63세. 경력 50년) 장인이 벌겋게 달군 쇠를 두드리고 있다

"요즘에도 하루 종일 쉬질 못해요. 이젠 구천동에도 대장간이 두 곳밖에 없어 일거리가 넘치거든요. 요즈음은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노미(끌이나 정을 이르는 말)가 닳아 끝을 뾰족하게 만든다거나 아니면 새로운 노미를 제작해달라고 주문을 많이 해오기 때문에 쉴 틈이 없어요. 피서는 한가한 사람들의 배부른 소리죠."

구천동 공구시장에 두 곳의 대장간 중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 46-30에 소재한 명일대장간 김기철(남, 63세. 경력 50년) 장인의 말이다. 아들과 함께 두 사람이 하루 종일 작업에 매달려도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을 마치기가 어렵다고 한다. 또 한 곳인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 46-23에 소재한 제일대장간 천제동(남, 71세. 경력 50년) 장인도 쉬지 않고 작업을 해야 간신히 납기일을 맞춘다고 말한다.

대장간 바닥에는 작업에 필요한 쇠뭉치들이 널브러져 있고, 한편에 불에 달군 후 물에 담가 식히고 있는 끝이 날카로운 노미에서 아직도 식지 않은 듯 김이 오르고 있다. 멋도 모르고 노미를 손으로 잡았다가 뜨거움에 화들짝 놀란다. "뜨거워요?" 걱정스레 묻는 김기철 장인. 미리 알려주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그 뜨거움에서 이 뜨거운 복중에 1300도의 뜨거운 화덕 앞에서 하루 종일 작업을 해야 하는 대장 장인들의 노고를 알 수 있다. 그들 말마따나 폭염이나 무더위, 피서 등은 그들과는 무관한 단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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