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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밤을 수놓았던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감미로워
고전 영화 속의 목소리 ... 장유진, 김세한, 노민 등 한 자리에
2018-06-09 13:41:01최종 업데이트 : 2018-06-12 14:46:5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저녁을 먹고 돗자리를 챙겨서 편안한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혹시 모를 날씨에 대비하여 간단한 무릎담요와 따뜻한 음료수도 챙겼다.

8일 저녁 7시부터 제1야외음악당(인계동)에서 제19회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이 열렸다. 넓은 잔디석에는 가족, 연인, 직장동료 등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돗자리도 없이 앉은 직장 동료로 보이는 남성들 뒤에 자리를 잡았다. 당장은 시야를 가렸지만 불편한 자세로 오래 있지 않는다는 경험으로 알기에 R석 정도의 잔디석은 만족스러웠다.

이번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의 시 낭독은 단순히 낭독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롭게 극화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이미지화를 쉽게 했다. 정조대왕은 시를 통해 사도세자 아버지를 그리워했고 이상화 시인의 인생을 그린 짧은 드라마가 이어졌다. 이상화 시인은 감옥에서 어머니와 만난 후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낭독했다. 나라 없는 설움이 얼마나 뼈저린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심청전 중에서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을 판소리로 듣는 것은 기존에 없는 파격적인 장르의 삽입이었다.
넓은 잔디석에는 가족, 연인, 직장동료 등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넓은 잔디석에는 가족, 연인, 직장동료 등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어스름이 내리면서 무대 조명이 빛나고 아름다운 밤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불편하게 앉아 있던 남성들은 자리를 뜨고 대신 연인 한 쌍이 돗자리를 폈다. 이어 팝페라 그룹 엘루체의 'Quando Quando Quando'가 이어졌다.  '언제 내 사람이 될 런지 말해 주세요 / 언제가 될는지 제발 말해 주세요 / 우린 신성한 사랑을 나눌 수 있으니 다시는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Quando Quando Quando'일부)

초여름의 저녁 바람과 낭만적인 남성 중창이 잘 어우러졌다. 보사노바 리듬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동작과 가사에서 전해지는 사랑고백이 감미롭고 부드러웠다. 눈빛이 촉촉해지고 없던 사랑도 생길 것 같이 행복한 기운이 가슴에서 몽글몽글 피어났다. 사랑을 유혹하는 시간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옥경‧김영진 성우의 진행이 톡톡 튀었다. 김옥경 성우는 김영진 성우에게 과거에 연애편지를 썼는지 물었다. 받은 기억은 없지만 많이 썼다는 대답을 하면서 유치환 시인과 이영도 시인에 대한 사연을 소개했다. 청마 유치환 시인과 이영도 시인의 편지는 문학사에서도 유명하다. 유치환 시인은 이영도 시인의 단아함에 첫눈에 마음을 빼앗겨 구애의 편지를 썼지만 처음에는 마음을 열지 않고 잠적해버렸다. 그때 시 '그리움1'과 '그리움2'를 썼다.

무대에서는 유치환의 시 '그리움2'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 날 어쩌란 말이냐 (시 '그리움2' 전문)

이영도 시인은 '나의 그리움은'이란 시로 화답했다. 20년 동안 5000통이란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끝내 이룰 수 없었던 애절한 사랑은 유치환 시인의 시 '행복'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유치환의 시를 낭독했던 성우와 이영도 시를 낭독했던 시인이 마지막으로 '행복'을 합송했다.  그리고 비보잉 그룹 애니메이션 크루 공연이 이어졌다. 절도 있고 박력 있는 동작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화려한 동작과 함께 반짝이는 의상의 조명이 더욱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을 매년 기대하면서 함께하는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 즐겨보았던 명화극장, 토요명화에서 들었던 성우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애슐리 윌크스 역, '사운드 오브 뮤직'의 트랩 대령, '시네마 천국'의 중년 토토 등 수많은 영화를 통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김세한 성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홀릭, '로마의 휴일'의 앤 공주, '전쟁과 평화'의 나타사 등 미모의 배우 오드리 헵번의 목소리로 남성들의 잠을 설치게 했던 장유진 성우, 그 외에도 저팔계와 포청천으로 익숙한 노민 성우 등 고전영화에서 들을 수 있었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오드리 헵번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가슴 설레게 했던 '티파니에서 아침을',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배우 험프리 보가트가 맡았던 릭 역할을 김세한 성우가, 배우 잉글리드 버그만이 열연했던 일자 역을 장유진 성우가 더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래 된 앨범을 보든 듯한 영상과 함께 박인환 시인의 '세월이 가면'이 낭독됐다. 제각기 한 가지씩 추억에 잠긴 모습들이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더빙을 이은 낭독은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봄길 전문)

젊은이들과 어린 친구들이 공감 할 수 있는 온라인 상에서 인기 있는 짧은 시도 소개됐고 복면가왕을 패러디하여 재미를 더했다. 가슴을 울리는 잔잔한 음악도 조화로웠다.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관객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은 수원시의 대표적인 문화 공연으로 자리 잡았지만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불러들이기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싶다.

또 야외공연장인 만큼 반려견과 함께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음향의 고저에 따라 반려견들이 짖기도 하고 사람들이 지나가면 악을 쓰기도 했다. 반려견을 동반한 관객들은 대부분 뒷자리에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공연 관람에 집중할 수 없어 공공장소에서의 매너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시와음악이 있는 밤, 성우, 올드무비,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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