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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지역 빈집에서 발견한 이것을 사진에 담다
홍채원 작가의 ‘집宇집宙-경계에서’ 프로젝트…사람 온기 사라진 인계동 그리고 매교동
2019-06-04 07:42:32최종 업데이트 : 2019-06-04 14:11:4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인계동과 매교동이 재개발 중이다. 얼마 전까지 사람들의 온기를 품고 있던 마을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빈집만이 남았다. 이제는 폐허같은 집들도 사라지고, 수년 뒤면 아파트 단지로 바뀌게 된다. 포토그래퍼 홍채원 작가는 '집宇집宙-경계에서' 프로젝트를 통해서 찬란히 빛났던 한때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작가가 바라본 시선은 사물이 아닌 바로 '곰팡이'였다. 아마도 재개발 지역의 빈집의 곰팡이를 카메라로 담아낸 작가는 홍채원 작가가 유일하지 않을까.'집宇집宙-경계에서' 프로젝트 전시중인 실험공간UZ전시관에서

'집宇집宙-경계에서' 프로젝트 전시중인 실험공간UZ전시관에서

"곰팡이는 음습하고 눅눅한 기운에서 자라게 됩니다. 집에도 곰팡이가 많아요. 희한하게도 빈집에서 발견한 곰팡이를 보면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홍채원 작가는 타자에 의해 물리적인 압력을 받으면서 평생의 생활터전에서 떠나게 된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매교동 일대는 일제 강점기부터 존재했던 적산가옥들이 많다. 창문이나 문의 형태가 일본 가옥들이 많다. 부산, 대구, 군산, 서울 등을 여행하다 보면 오래된 적산가옥을 개보수하여 문화공간이나 카페 등으로 활용하는 곳들이 많았다. 수원도 분명 그 흔적이 많았을 텐데 재개발로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집은 사람들이 살지 않으면 노화되어 삭게 된다. 마을 전체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기록의 차원에서 남겨진 사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홍채원 작가는 제사와 장례식과 같은 의식을 이번 전시에 담아냈다고 말한다.
 
"사람이 죽으면 기도를 드리고, 장례를 치르고, 제사를 지냅니다. 죽음과 관련한 의식이죠. 하지만 집이 죽으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사물, 집도 살아있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바로 집의 죽음이 이곳 재개발 현장이에요. 사물, 집에 대한 기도를 드리면서 저만의 의식을 갖추려고 하는 일이었어요. 또한 제게는 작업실이자 영감을 주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에 나름의 예를 지키는 일을 하였습니다."
곰팡이를 작품의 소재로 다룬 홍채원 작가의 시선이 놀랍다!

곰팡이를 작품의 소재로 다룬 홍채원 작가의 시선이 놀랍다!

사물이 오랫동안 퇴적되어 온 시간의 겹은 폐허가 된 집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집을 들여다보면서 얼마나 이곳이 오래 되었는가를 알게 된다. 곰팡이를 확대하고 근접 촬영하면서 작가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인간의 힘으로 애를 써도 곰팡이가 자라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사회의 권력이나 힘으로 통제하고자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적산가옥의 흔적이 남아있는 매교동, 인계동의 집을 돌아다니고 얻은 문과 사물 등을 전시의 재료로 썼다

적산가옥의 흔적이 남아있는 매교동, 인계동의 집에서 찾아낸 문과 창문 등이 사진의 프레임이 되다

홍채원 작가는 한 달이면 20일 가까이 재개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다.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제게는 빈집이 일상적인 곳이 되어버렸어요. 오히려 작업을 하고, 사진을 찍는 곳이기 때문이죠. 이곳 전시에 활용된 모든 사물들은 빈집에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병풍, 문짝 등은 사진의 프레임이 되었어요. 일하는 인부들이 처치 곤란인 것들을 직접 갖다 주기도 하셨어요."라고 답한다. 집이나 사물과 교감하면서 그동안 살아온 주민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려 했다. 사진가는 카메라로 그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그려낼까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매교동과 인계동 재개발 지역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작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담아낸 것이 놀랍다.
 
같은 장면을 무수히 반복하여 촬영하고, 햇빛이나 바람, 공기 등의 다름을 담아내려고 했다. 일상 속에서의 예술을 지향한다는 홍채원 작가는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으며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을 사진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과거 했던 작업과 전시는 요양원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을 담는 것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요양원에 살고 있는 노인들을 카메라로 담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상태, 죽음도 삶도 아닌 상태가 바로 요양원에 있는 노인이라고 여겼다. 이처럼 예술가의 시선은 멀리있지 않다. 내가 있는 곳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집의 겹겹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사진전

집의 겹겹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사진전

앞으로 점점 수원의 구도심도 재개발되어버린다. 도시재생을 통해서 골목을 살리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수십년간 살아온 삶을 지워버리는 재개발은 도시의 발전에도 옳지 않다. 과연 이곳에서 평생 살았던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도심은 깨끗하게 정돈될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흔적은 한 순간에 없어지는 셈이다.
 
이번 전시는 북수동에 위치한 실험공간UZ에서 이루어진다. '2019예술정치-무경계프로젝트' 하의 전시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원시에서 활동하는 실험적인 작가들의 작업 및 전시를 돕고 지원하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예술로 표현하는 작가들이 많아질 때 수원시의 문화토양도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전시는 6월 30일까지 한 달 동안 이뤄진다. 홍채원 작가와의 만남은 매주 토, 일요일 예정되어 있다. 또한 평론가이자 사진작가인 김성민 교수와의 토크는 6월 16일 토요일 오후 3시다.
 
실험공간UZ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363-1, 매주 월요일 휴관
평일관람 사전 예약 : 010-4456-9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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