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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무더위에 걷는 노송지대, 그윽한 소나무향에 취하다
정조대왕 효심 알수있어…부친 장헌세자 원침인 현릉원 다니는 길목에 심어
2019-07-22 22:00:57최종 업데이트 : 2019-08-05 11:02:10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정조대왕이 내탕금으로 식재한 노송지대 소나무

정조대왕이 내탕금으로 식재한 노송지대 소나무

기자가 소나무에 빠져든 것은 전국을 돌면서 우리문화재를 답사하면서 부터이다. 문화재답사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소나무에 넋을 뺏기고, 몇 시간이나 한 자리에서 소나무만 바라본 적도 있다. 또한 오래된 석탑이나 석불과 함께 어우러진 소나무를 바라보다가 버스시간을 놓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소나무는 내가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숱한 나무 중에서도 가장 귀히 여겼던 나무들이다. 

소나무 길을 걷는다는 것은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다. 눈이 쌓인 겨울에도 그 푸름을 잃지 않고 고고한 자태로 서 있는 소나무를 보면 기자 스스로가 그 나무가 된 양 착각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곳곳에 소나무길이 있다. 소나무길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소나무가 우리 목조주택의 자재는 물론, 궁궐이나 사찰 등 많은 건축물에서 사용한 중요한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가지 못하도록 '황장금표' 비를 세워 황장목을 보호하기도 했다. 황장목은 조선시대 궁궐을 짓기 위해 보호하고 관리한 소나무를 말한다. 정조는 이곳에 소나무 500그루와 버드나무 40그루를 심었다

정조는 이곳에 소나무 500그루와 버드나무 40그루를 심었다

이러한 소나무길 중 기자가 가장 의미를 두는 곳이 있다면 치악산 국립공원 안에 구룡사 금송길, 양산 통도사의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 영천시 청통면 치일리 479에 소재한 천년고찰 은해사 금강소나무길인 금포정, 그리고 수원시에 소재한 경기도기념물 제19호인 노송지대 소나무길이다.

노송지대의 소나무들은 지지대비가 있는 지지대고개 정상에서부터 옛 경수간 국도를 따라 펼쳐진 5km의 도로변에 식재된 소나무들을 말한다. 정조대왕이 내탕금 1000량을 현릉원 식목관에게 내주어 소나무 500주와 능수버들 40주를 심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나무들이 사라지고 현재는 일부만 남아있다. 이 노송지대는 정조대왕의 아버지 장헌세자의 원침인 현릉원(현재의 융릉)을 다니는 길목에 식재한 것으로, 아버지에 대한 효심을 보여주는 길이다.소나무에 푯말을 단 나무들이 정조 당시 식재한 나무들이다

소나무에 푯말을 단 나무들이 정조 당시 식재한 나무들이다

물론, 소나무길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천연기념물 중에도 소나무만 만나면 길을 떠나지 못하고 몇 시간씩 그 앞에 서서 나무만 바라보기 일쑤였다. 언젠가 함께 문화재 답사에 나섰던 지인이 "선생님은 예전에 소나무를 심던 식목관이었나 봐요. 소나무만 만나면 온통 정신을 빼앗기는 것을 보니..."라고 한 적이 있다.    

이상하게 소나무를 만나면 바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것은 나무그늘에 앉으면 코끝을 간질이는 소나무향이 좋아서인지 모르겠다. 그런 소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수원 노송지대이다. 소나무들은 자라면서 솔씨를 퍼트려 새로운 종자를 키워내기 때문에, 200년이 지난 세월이라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고사하고 38주(효행기념관 부근 9주, 삼풍가든 부근 21주, 송정초등학교 부근 8주) 정도의 노송만이 보존되어 있다.

22일, 중복이다. 무덥지 않다고 하지만 복중에 햇볕아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녹녹치 않다. 노송지대라는 푯말이 걸려있는 곳에서 천천히 노송지대 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비라도 한줄기 퍼부었으면 더 없이 좋으련만 햇볕만 따갑다. 중복 오후에 내리쬐는 햇볕은 우리가 흔히 복중기온이라고 하는 것과는 다른 듯하다.노송지대 한편에 코스모스기 피기 시작했다

노송지대 한편에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했다

중복은 다르다. 소나무 길을 걷고 있는데도 숨이 턱에 닿는다. 일기예보에서 소나기가 내린다는 바람에 우산까지 준비했는데 비는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천천히 걸어 사진을 촬영하면서 소나무를 돌아본다. 소나무가 서 있는 곳을 빼면 모두 화초를 심어 온통 초록색이다. 아무리 더워도 그런 길을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수원시는 그동안 노송지대 곳곳에 들어서 있던 건물을 매입해 주변을 정비했다. 2016년 5월엔 노송 지대를 통과하는 도로를 폐쇄했으며, 우회도로를 개설하고 노송공원 일대(2734㎡)에 소나무 33주를 심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노송 지대 주변 토지를 사들여 도로포장을 걷어내고 녹지를 조성했다.수원시가 시민에게 돌려준 노송지대

수원시가 시민에게 돌려준 노송지대

녹지에는 소나무와 풍해나 수해를 방지해 주는 식물을 심는 등 1만 2085㎡에 이르는 노송지대를 복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앞으로 2020년까지 복원 구간에 초화류를 추가로 심고, 이목지구 내 남은 노송길(약 340m)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때가 되면 노송지대도 더 울창한 소나무 숲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중복 더위에 찾아가 돌아본 노송지대. 지천으로 심겨있는 맥문동을 비롯하여 한편에는 코스모스가 벌써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앞으로 노송지대는 수원시가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대로 시민의 훌륭한 힐링공간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아와 변화된 노송지대를 만끽해야겠다.

노송지대, 경기도, 문화재자료, 소나무, 정조, 현릉원, 식재, 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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