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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야외음악당에서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이 열렸어요.
아이와 함께 시를 들으며 잔디밭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들
2018-06-09 07:16:23최종 업데이트 : 2018-06-09 11:52:55 작성자 : 시민기자   서지은
 성우들이 선보인 복면가왕 패러디  -수원시 포토 뱅크 강제원-

성우들이 선보인 복면가왕 패러디. 사진/수원시 포토 뱅크 강제원

6월 8일 오후 7시 수원 야외음악당에서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이 열렸다. 30도를 넘는 한낮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낮과 달리 밤에는 시원한 바람이 분다. 온도 차가 큰 일교차에 감기에 걸리기 쉽다. 한편으로는 저녁 시간에 더위를 식혀주는 선선한 바람이 반갑기도 하다. 낮 더위는 시작됐지만 열대야는 없어 저녁 활동하기에 딱 좋은 이때 찾아온 시와 음악과 잔디밭이 있는 수원 야외음악당으로 선선한 바람을 즐기러 아이와 손잡고 돗자리를 챙겨 갔다.

매년 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발레공연을 본 아이는 언제 또 잔디밭에서 음악을 들으며 뛰어놀 수 있는지 묻곤했다. 그때마다 "여름이 되면 공연을 할거야"라고 답해주곤 했는데, 발레는 아니지만 기다리던 야외음악당 행사에 갈 수 있어 아이는 들떠 있었다. 기침감기로 3일이나 유치원에 등원하지 못 했던 피로는 어디로 갔는지 씩씩한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이상화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 가' 낭송 모습  -수원시 포토 뱅크 강제원-

이상화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 가' 낭송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 뱅크 강제원

이날 행사는 노브레인 오프닝 무대와 '정조의 시'를 대금연주에 맞춰 낭송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행사에 조금 늦게 도착해 우리는 판소리 심청가 중간 부분부터 보게 됐다. 판소리가 끝나고 이상화의 시를 극화해서 낭송하는 순서가 됐는데 아이는 무대가 신기한지 연신 물었다. "엄마, 저 사람들 뭐하는 거야? 무슨 노래하는 거야? 왜 슬퍼해?" 작년까지 야외음악당에 오면 친구들과 뛰어놀기 바빠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배경일 뿐이었는데 어느새 아이는 훌쩍 자라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잔디밭에 앉아 아이에게 시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우아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시와 음악이 있는 밤' 행사는 시 낭송 외에 팝페라 공연, 비보잉, 캐릭터 쇼, 올드무비 등 다채로운 무대로 꾸며졌다. 시낭송이라고 하면 마이크 앞에 서서 격정적인 어조로 시를 읽는 것을 보아왔던 문화에서 자란 엄마와 달리 우리 아이는 퍼포먼스와 이미지가 결합된 시낭송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유치환과 이영도 시인이 편지로 나눈 사랑을 극화해 보여주며 각 시인의 시를 낭송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킥보드로 잔디밭 주변을 누비다 돌아온 아이도 이 부분이 좋았는지 무대 위 사진을 보며 어떤 사람인지, 어떤 내용인지 물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시인 중 한 사람인 유치환이라는 사람의 얼굴이며 그가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전해주는 데 내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사랑'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을 찾은 시민들  -수원시 포토 뱅크 강제원-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을 찾은 시민들. 사진/수원시 포토 뱅크 강제원

지금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람이지만 한 때는 설레는 연애편지의 주인공이었던 남편은 아이와 내가 야외음악당에서 초여름밤을 즐기고 있던 때에도 일을 하고 있었다. 금요일 밤에 일찍 들어오지 않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는데, 유치환과 이영도의 시를 들으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와 즐겁게 저녁 한 때를 보낸다는 마음으로 찾아간 곳에서 뜬금없이 사랑이 꿈틀댔다. 아마도 시의 힘인 것 같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마음을 노래하는 시가 바쁜 생활 속에 묻혀 잘 보이지 않던 마음 한 구석을 보여주었다.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이 아름다운 밤으로 물들고 있었다.

올해로 19회를 맞는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은 KBS 성우들과 함께 한다. 무대 뒤에서 목소리로만 연기하는 성우를 직접 만날 기회는 흔하지 않다. 얼굴과 이름보다는 목소리가 알려진 사람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보이고 연기를 하는 모습이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다. 일률적인 컴퓨터 목소리가 모든 안내 방송을 점령하고 더빙 영화가 사라진 가운데 라디오 보다는 영상이 우위 있는 매체인 요즘 사회에서 성우란 직업은 어떤 의미일까? 개성있는 목소리로 다양한 삶의 결을 보여주는 성우가 주인공이 되는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무대 뒤에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가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팝페라 공연  -수원시 포토 뱅크 강제원-

팝페라 공연, 사진/수원시 포토 뱅크 강제원

 2019년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은 20회를 맞이한다. 20주년 특별 기념 행사를 기획한다고 하는 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때는 무대 뒤 성우들이 무대 앞에서 수원 시민들의 시를 낭송해 주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 이 때 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행사가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을 첫 순서로 시작됐다. 여름밤을 수놓을 발레공연, 음악회, 합창제 등 앞으로 열릴 많은 문화 공연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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