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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즐긴다!
관광과 탐방 둘 다 잡는 자전거 택시
2018-07-03 15:14:26최종 업데이트 : 2018-07-10 13:49:45 작성자 : 시민기자   강봉춘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자전거 택시

행궁 안내소 앞에 자전거 택시가 서 있다.

행궁 앞 자전거 택시를 보며 '저런 건 관광객이나 타는 거지' 했던 나였다. 게다가 가격이 1만4000원이네 하며 놀라 돌아서기도 했다. 그래도 가끔 한 번쯤, 가마타고 돌아보듯 타보면 재밌긴 하겠다며 탈까 말까 고민하는 문턱까지 가곤 했었다. 그런데 이젠 마음이 바뀌었다. 내 안의 잘못된 생각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박물관 문화재 관람이 왜 그렇게 재미없었는지 이제 이유를 알았다. 그런 곳에 갈 때는 뭘 좀 아는 사람을 끼고 가야 했던 것이다. 사전조사하고 가라던 그렇게 가르치던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가서 적혀있는 설명서나 읽으면 되지 했으니... 그래서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해설사를 대동하고 돌아보면 확실히 만족감이 달랐다. 자전거 택시는 이런 문화 해설사와 함께 이동하며 즐기는 특별함이 있었다. 놀라운 것은 해설사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정말 아까워하던 내가, 다음부터는 팁을 주고서라도 꼭 가이드나 해설사를 모시고 돌아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것이다. 이것을 나의 인문학 탐방 대원칙으로 세웠다. 
출발하는 자전거 택시

행궁 꽃길을 지나는 자전거 택시

모르면 모를수록 좋다

가는 곳마다 자전거 탄 해설사님의 짧고 굵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는 감탄을 연발했다. 그리고 이런 나를 더 채워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빈약한 내 두뇌 속을 해설사님께 그대로 보여주었을 뿐인데, 해설사님께 태도가 좋은 손님이라고 칭찬받았다. 

"저기 왼쪽에 신풍초등학교가 있던 자리 보이시죠? 116년 된 그 학교를 광교로 옮겼습니다. 일제가 이 궁궐에 황국신민을 만들어낼 국민 학교를 세웠었죠. 그렇게 지금까지 학교로 남아있다 이제 이 자리에 예전 화성 행궁의 모습 그대로를 복원하기로 한 것입니다."

오호라, 이 곳에 호텔이 들어선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복원될 행궁 우화관을 두고 한 말이었구나! 일제가 궁궐에 학교를 지었다는 대목에선 뭐랄까! 그 영악함을 칭찬함과 동시에 욕을 바가지로 퍼부으며 저주하고 싶은 마음이 치솟았다. 저들에겐 학교가 저런 것이었구나. 사람을 개조해 길러내는 곳 말이다.
방화 수류정의 옛 모습과 지금

해설사가 방화 수류정의 옛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

문화관광과 인문탐방 둘 다 잡는 자전거 택시

자전거가 행리단길을 지났다. 서울 경리단길이 임대료에 밀려난 주민들이 다시 만들어낸 명소라면서 수원의 행리단길의 근본이 다르지 않음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수원에선 한옥으로 지으면 1억5000만원을 지원해준다는 정책 설명까지 추가되었다. 혼자 마시기 좋은 찻집, 옮겨진 카페, 새로 지어진 카페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면 쉬었다 가도 좋다고 하셨다. 

화서문을 지나 방화수류정에 도착하니 아주 오래된 사진을 하나 보여주셨다. 그 사진을 보니 몇 십 년이 지난 뒤 그 자리에 다시 찾아와 사진 찍고 가는 유행하는 사진 놀이가 생각났다. 나도 꼭 한 번 해보리라.  저 지저분한 수원천의 물을 두고 강제로 끌어오는 물이 아니라 자연천이라 저렇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해설사 선생님께 크게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어여쁜 해설사님께서 미소로 화답하신다. 

전통 시장 길을 지나며 이 골목에 뭐가 있었는지, 누가 살았었는지, 뭐가 맛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까지 말씀해주신다. 

"옛날 저 집은 맛이 너무 없어서 이렇게 이렇게 해라 조언해줬죠. 그랬더니 그 사장님께서 또 그 말 그대로 해놓시며 점점 더 좋아지더라구요. 이 동네 맛 집들은 다 가봤죠. 메뉴별로 말씀해드릴까요?" 

좋은 것들을 지키는 방법

"외국인은 딱 1000원만 줘요. 팁이 10%라지요? 우리나라 분들은 5000원도 주고 1만원도 주죠."

문화관광부의 해설사로 채용되어 수원문화재단에 소속된 우리의 해설사님들은 비가 오는 날 쉬기에 일당을 받지 못한다고 하셨다. 게다가 겨울에 쉬는 단기 계약이었다. 

"손님들 수준에 맞추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비오는 날 사람 놀리지 말고 우리에게 투자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수원의 얼굴이고, 가장 중요한 현장을 맡은 사람들이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외국인에게 수원의 인상을 남기는 것은 시장과 공무원이 아니라 얼굴을 마주하는 현장의 노동자들이었다. 카톡으로 서로 공부한다는 말씀을 듣고, 퇴근 뒤 업무 관련 밴드 카톡 금지 없이는 진정한 노동시간 단축은 이뤄질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전거 택시를 탄 뒤로 내가 무척 똑똑해지는 기분이다. 

제법 질문도 하며 해설사와 함께 화성을 돌다보니 대학 때 인문대 학장님을 따라 행궁을 돌았던 기억이 났다. 학장님은 발로 찾아야 지켜진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떠오르자 1만4000원이 부족하단 마음이 처음 들었다. 어떤 사장님께서 내게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꼭 팁을 주라고 하신 말씀도 떠올랐다. 그게 좋은 서비스를 계속 받는 길이라 했다. 
자전거 택시의 야간 운행이 시작된다.

자전거 택시를 타고 본 화성 행궁의 붉은 노을

소중한 손님이 오면 자전거 택시를

수원 살면서도 수원을 잘 모르고, 행궁이 옆에 있어도 행궁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여기 햇볕에 검게 탄 피부의 택시 드라이버 선생님과 길을 달리니 바람이 시원하게 맞아준다. 지나는 사람들을 보니 마치 내가 퍼레이드 주인공이라도 된 거 같아 손을 흔들고 싶었다.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내 친구들을 이 옆에 태우고 같이 달리고 싶어졌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꼬마들과도 화성을 참 많이 돌았지만 내가 이렇게 모를 줄 몰랐다. 애들한테 치킨만 사줄 줄 알았지, 역사 탐방하라고 치킨 값 내치지 못했던 게 부끄러워졌다. 다음에 집사람이 애들 델고 어디 놀러갔다 오라고 하거든 반드시 여기로 오리라. 귀한 손님이 오거든 자전거 택시를 꼭 태워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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