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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보름달로 떠올라 밤새도록 나무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
7월 시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 공연, 휴센터 채움터에서 열려
2019-07-16 08:34:22최종 업데이트 : 2019-07-16 13:51:0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휴센터 채움터에서 열린 시 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 공연이 심춘자 시낭송가의 사회로 진행됐다.

휴센터 채움터에서 열린 시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공연이 심춘자 시낭송가의 사회로 진행됐다.

굵은 장대비가 한바탕 퍼부어 댔다. 그동안 이어온 무더위의 기승과 미세먼지를 한방에 날려버리고 싶었나 보다. 버스 안에서 바라본 비오는 날 풍경은 꽤나 운치 있다. 후두둑 후두둑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줄기는 목말라있던 자연에게 달콤하고 시원함을 선사하여 주는 것 같다. 신록의 계절에 한층 푸름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고마운 단비가 아닐까.

15일 수원시 여성문화공간 휴(이하 휴) 3층 북 카페 채움터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7월 시 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 공연이 시나브로 주관으로 열렸다. 휴센터 두런두런 동아리실에서 일주일에 한 번 시낭송 수업을 이어가고 있는 시나브로 회원들은 심춘자 시낭송가의 지도로 몇 년째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아마추어를 벗어난 실력을 갖춘 낭송가들이다.

열심히 배우고, 성실하게 참여하여 열정을 쏟기도 하고, 한 달에 한번 작은 무대를 만들어 아름다운 시어를 자신들의 낭송을 통해 들려주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휴에서 활동하고 있는 멋진 시낭송 동아리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걸, 사랑받는 그 순간보다 흐뭇한 건 없을 걸'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안정을 시키기에 노래가 큰 역할을 한다. 처음 시작은 여는 노래로 '사랑하는 마음'을 다 같이 입을 모아 불렀다. 리듬에 맞춰 고개도 어깨도 발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가사가 주는 메시지에 잠시 빠져든다.

이어 첫 번째 정호승 시인의 '나무들의 결혼식' 낭송이 울려 퍼졌다.  마치 숲속 어디쯤에 있는 착각이 든다. 비오는 날 나지막하고 은은한 목소리에 마치 새로운 시를 접하듯 새롭게 다가왔던 시 구절구절이었다.
"지난주에 두 번씩이나 숲길을 찾아 이 시를 암송했어요. 숲속에서 좋아하는 시를 암송하는데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막힘없이 나오는지 놀랍기도 하고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막상 집에 와서는 그 느낌이 살아나지 못해 좀 속상하기도 했어요" 시를 낭송한 정현주 회원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듣는 내겐 바로 그런 느낌이 전해졌는데 욕심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비 오는 날 분위기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내겐 시의 첫 인상이 너무 좋아 나누고 싶다.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나무들의 결혼식에 낭랑하게/축시 한번 낭송해보는 일이다// 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몰래 보름달로 떠올라/밤새도록 나무들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그리하여 내 죽기 전에 다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눈이 맑은 큰스님을 모시고/나무들과 결혼 한번 해보는 일이다//

멀리 가는 물(소윤서 회원),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천성희 회원), 호수(오미숙 회원)의 낭송이 이어졌다.
시낭송 공연 중간에 정경희 회원이 들려준 오카리나 연주는 분위기와 흥을 돋우는데 일품이었다.

시낭송 공연 중간에 정경희 회원이 들려준 오카리나 연주는 분위기와 흥을 돋우는데 일품이었다.

중간쯤에는 정경희 회원의 오카리나 연주가 공연의 흥을 돋우어 주었다. 안동역에서를 멋들어지게 연주했다. 작은 악기인 오카리나 음색에 귀가 호강하는 시간이었다. 다 같이 손을 뻗어 좌우로 흔드는 율동에 신나고 흥겹기도 했다. 앙코르 곡으로는 아리랑을 연주해 주었다.

그 섬을 주고 싶다(채선옥 회원) 원시(김정숙 회원) 내가 백석이 되어(고영서 회원) 오빠(정경희 회원) 낭송이 연이어 이어졌다. 대부분은 4년 이상 시낭송 수업과 활동을 하는 분들로 이루어졌는데, 이번에 새로 이곳을 찾았다는 분이 있었다.

"2년 전쯤인가 봅니다. 한림도서관에서 시낭송을 하는 심춘자 쌤을 봤어요. 그때 시낭송을 들으면서 소름이 오싹했다고 할까요?  그때부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뭐가 그리 바쁜지 잊고 지내다가 이제야 하고 싶은 일에 첫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마음은 늘 갖고 있는데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잊고 사는 것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시낭송에 첫 발을 뗀 그녀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자신의 이야기가 마치 시에 들어 있는 것 같아 놀랍고 눈물까지 났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회원이 담담하게 자신의 일상을 전해준다. 시낭송을 통해 자신이 정화되는 것은 물론 마음의 울림을 전해주는 시낭송은 현대인에게 마음을 안정시키는데도 좋은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작년10월부터 엄마가 아프셔서 왕복7시간되는 거리를 다니다보니 무릎이 안 좋아졌고 급기야 수술을 해야 한다는 상황이 되었다는 회원이 있다. 여러 병원을 다닌 결과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회원이 절을 한다. 다들 어리둥절하고 민망해 하는데 회원의 다음 말을 듣고 보니 이해가 갔다.

"무릎이 너무 안 좋은 상태였는데 지금은 엎드리고 접힐 수 있을 만큼 무릎이 좋아졌음을 확인도 하고, 걱정해준 여러분께 감사의 의미를 담아 본 겁니다."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사랑의 단비로 촉촉히 전해준 시나브로 회원들이 공연을 마친 후 단체촬영을 했다.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사랑의 단비로 촉촉이 전해준 시나브로 회원들이 공연을 마친 후 단체촬영을 했다.

특별한 일 없이 늘 해오던 일상을 해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는 말이 다가온다. 시낭송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한 달에 한 번 시낭송무대에 설 수 있다는 일상이,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해나가는 회원들과의 만남이 감사하다고 전한다.

잠시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고 답답하다고 생각될 때가 있었다. 이곳에 오니 귀만 호강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듯 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지금, 그리고 내가 잘 지내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 같아 이 자리가 너무 고마웠다.

심춘자 시낭송가와 시나브로 회원들이 준비한 7월 시 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 자신들이 가진 재능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사랑의 단비였음을 그녀들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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