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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내 가슴에도 시가 단비가 되어
7월 시 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 열려…아치형 창문 밖 풍경은 한폭의 그림
2019-07-16 11:27:17최종 업데이트 : 2019-07-16 15:43:03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15일 수원시 여성문화공간 휴 3층 채움터에서 오후 1시 30분부터 수원시나브로낭송회원들과 함께하는 '시 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가 진행되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커피향이 채움터를 가득 채웠다. 아치형 창문 밖 풍경은 방울토마토가 익어가고 채소들이 푸릇푸릇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곡선의 프레임이 한 폭의 그림을 담고 있는 듯 했다.

어느새 여름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7월이다. 매달 열린 공간 채움터에서 시를 들려주고 또 감상하면서 관객과 소통하고 나누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설렌다. 한 달 만에 만나는 회원들, 사랑하는 마음을 모아서 여는 노래로 김세환의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불렀다.

첫 번째로 정호승 시인의 '나무의 결혼식'을 정현주 회원의 낭송으로 감상했다. "휴일 산에 갔을 때 울창한 나무들 숲이어서 그랬는지, 나를 감싸고 있는 녹음이 좋아서 그랬는지 낭송이 분위기 있게 참 잘 되더라고요. 정말 눈이 맑은 큰 스님을 모시고 나무들의 결혼식이라도 하고 있듯." 낭송을 마친 정현주 회원은 꿈꾸듯 말했다.

오랜만에 열린 공간에서 만나는 소윤서 회원은 도종환 시인의 '멀리 가는 물'을 낭송했다. 콸콸콸 흐르는 것처럼 풍성한 성량과 깊은 목소리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도종환 시인의 '멀리 가는 물' 중 일부)

"개인적으로 지난 몇 달 동안 생각이 많은 시간이었어요. 힘들고 피로감이 쌓일 때 시를 읽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이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시를 읽고 낭송한다는 것이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일상의 평온함이 뒤따랐다고 생각해요." 소윤서 회원은 다시 찾은 일상의 평온함을 감사한다고 했다.

소윤서 회원은 도종환 시인의 '멀리 가는 물'을 낭송했다. 콸콸콸 흐르는 것처럼 풍성한 성량과 깊은 목소리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소윤서 회원은 도종환 시인의 '멀리 가는 물'을 낭송했다. 콸콸콸 흐르는 것처럼 풍성한 성량과 깊은 목소리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정희성 시인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낭송하는 천성희 회원은 "관객과 낭송자의 거리가 초근접한 이 무대가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스터디도 함께하고 희로애락을 몇 년째 하고 있지만 나를 고스란히 알고 있는 회원들 앞에서 날 드러낸다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고 매달 서는 것이지만 역시 쉽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형기 시인의 '호수'를 낭독하는 오미숙 회원은 지난주에 새로 온 회원이다. 구연동화 교육도 받아 기본적인 낭독 기초는 수료한 듯했다. "구연동화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방방 띄우는 분위기로 하는데 시 낭송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해야 할 것 같다. 차분해지고 고요해지는 것을 느낀다. 아주 고급스러운 문화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더 좋겠다."

정경희 회원은 '안동역에서'와 '아리랑'을 오카리나를 연주했다. 흥겨운 '안동역에서'로 시작하여 엄숙한 '아리랑'으로 다시 차분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강희근 시인의 '그 섬을 주고 싶다'를 낭송하는 채선옥 회원은 직장일로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스터디에 못 나오는 동안 과중한 업무 타이핑에 어깨도 결리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요즘 시도 잘 안 외워진다. 해이해진 마음을 재정비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마음처럼 안 된다"고 채 씨는 하소연 했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서/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오세영 시인의 '원시' 중 일부)

오세영 시인의 '원시'를 낭송한 김정숙 회원이 "우리 나이가 시처럼 옆에 있는 사람을 멀리 보내기도 하고, 이별을 하기도 하는 시기에 와 있는 것 같다. 함께 같이 있는 동안 서로 보듬고 배려하면서 후회 없이 살아야 할 것 같다"라고 하자 함께 자리한 회원들은 모두 공감했고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고영서 회원은 이생진 시인의 '내가 백석이 되어'를 낭송했다

고영서 회원은 이생진 시인의 '내가 백석이 되어'를 낭송했다

고영서 회원은 이생진 시인의 '내가 백석이 되어'를 낭송했다. 무릎 상태가 안 좋아 수술이 필요해서 당분간 쉬겠다는 예고가 있었다. "병은 소문을 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병원에서 양쪽 무릎을 수술하라고 해서 무척 우울했는데 지금 지인의 소개로 간 병원에서 통원 치료하고 있다." 뜬금없이 관객을 향해서 큰절을 하고는 "이렇게 멀쩡해졌다. 예전에는 큰절을 할 수 없었다. 이 기쁨을 시나브로 회원들과 함께 해서 퍽 고맙고 기쁘다. 오랫동안 시나브로 회원들과 건강하게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며 기쁨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문정희 시인의 '오빠'를 정경희 회원이 낭송했다.
이제부터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 부르기로 했다// 집안에서 용돈을 제일 많이 쓰고/ 유산도 고스란히 제 몫으로 차지한/ 우리 집의 아들들만 오빠가 아니다// 오빠!/ 이 자지러질 듯 상큼하고 든든한 이름을/ 이제 모든 남자를 향해/ 다정히 불러주기로 했다.// 오빠라는 말로 한방 먹이면/ 어느 남자인들 가벼이 무너지지 않으리/ 꽃이 되지 않으리//(문정희 시인의 '오빠' 중 일부)
정경희 회원이 세상의 오빠들을 부르는 동안 창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한 시간이 훌쩍 넘어버린 시간, 아치형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을 뒤로하고 열린 7월 시 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는 조용히 빗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시낭송도 듣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농부가 기다리던 비처럼 오늘 내 가슴에도 시가 단비가 되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시낭송도 듣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농부가 기다리던 비처럼 오늘 내 가슴에도 시가 단비가 되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시와 음악 어우러진 낭송회는 회원들의 3분 스피치 시간이 빛났다. 회원들의 애환과 삶의 소중한 경험들을 공유하고 때로는 낭만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었던 건강한 시간이었다.  

인근 대림아파트에서 온 관객은 "날씨가 한 턱한 것 같다. 시낭송도 듣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농부가 기다리던 비처럼 오늘 내 가슴에도 시가 단비가 되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얘기했다.  

여성문화공간 휴 , 시나브로낭송회,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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