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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익어버릴 것 같다”는 푸념 새겨들어야
폭염은 지친 아이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빼앗아간다.
2019-07-05 22:44:07최종 업데이트 : 2019-07-08 10:59:3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연수

7월 5일 수원을 비롯한 경기권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학교를 마친 효성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늘 한 점 없는 효성 사거리 육교 위를 걸어 집으로 간다. 효성사거리 육교는 원형으로 먼 거리 보행 길이다. 한 낮 햇볕을 받은 아이들은 땀을 흘리며 힘들어 한다.

학생들이 무더위에 지쳐 힘겹게 육교 계단을 오르고 있다.

학생들이 무더위에 지쳐 힘겹게 육교 계단을 오르고 있다.

"같이 가자. 얼굴이 익어버릴 것 같다"며 뒤에서 계단을 올라가는 한 친구가 말하자 다른 친구가 "그래 덥다. 여기도 천장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렇게 덥지 않지"하고 말하자 또 다른 친구가 말을 이어받아 "그러면 겨울에 눈이 와도 미끄럽지 않아 좋겠다"며 "저 아래 그늘에서 조금 쉬었다 가자"면서 육교 밑 그늘에서 아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육교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능소화를 바라본다.

 

바람이 살살 불어와 시원하다. 잠시 땀을 식힌 아이들은 발랄하게 생기를 찾아 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야 이 꽃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 하고 묻자 다른 친구가 "알지! 능소화야.", "어떻게 알아?", "방금 인터넷으로 검색했지"라고 한다.

 

효성사거리는 효성초등학교와 월드컵 경기장 사이에 있는 사거리로 횡단보도가 없고 육교로만 보행이 가능하다. 그늘 없는 육교위를 한 낮에 아이들이 걸어야 하니 힘든 것은 당연하다.

효성사거리능소화 꽃 기둥에 페튜니아 왕관이 싀워져 있다.

효성사거리능소화 꽃 기둥에 페튜니아 왕관이 쓰여져 있다.

육교를 받치는 기둥를 능소화가 감고 올라가 꽃 기둥이 만들어졌다. 육교 위 난간에는 알록달록 페튜니아(사피니아)꽃이 피어 있지만 육교를 걷는 보행자가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사이도 없이 폭염이 방해를 한다.

 

기둥을 감고 올라간 능소화와 육교 위 난간에 매달려 피고 있는 페튜니아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느낌이다. 능소화 기둥에 페투니아꽃 왕관을 씌운 듯 한 아름다운 분위기는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을 잊게 한다. 

 

능소화 꽃말은 '명예' 또는 '그리움'이다. 꽃은 약재로 사용되었으며, 관상용으로 옛날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어 양반 꽃이라 부르기도 했다. 덩굴에 발판이 있어 어디든지 기어올라 기어이 하늘을 보는 꽃이라 하여 능소(凌霄)라는 이름이 붙였다고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전설이 있는 꽃이다.

 

능소화는 소화라는 궁녀가 임금님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에 빈의 자리에 올랐으나 그 후 임금은 소화을 찾지 않았다. 임금을 기다리던 소화는 지쳐 죽게 되었다. 소화는 임금이 사는 담장 밑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언에 따라 소화는 담장 밑에 묻혔고, 그 후 이름 모를 꽃이 담장을 타고 올라 꽃 이름을 능소화라 부르게 되었다는 애달픈 사연이 전설이 되었다.

 

능소화는 꽃잎이 크고 나팔모양으로 생겨 꽃이 질 때는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 전체가 땅으로 떨어져 전설의 애달픔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다. 또 벽을 타지 못하고 축 늘어진 줄기에  꽃을 매달고 있는 모습이 임금의 사랑을 기다리며 목을 늘어뜨린 궁녀(빈) 소화를 닮은 모양새 느껴진다.

효성사거리 육교에 페튜니아 꽃길이 조성되어 있다.

효성사거리 육교에 페튜니아 꽃길이 조성되어 있다.

한 낮 무더위 속에서 육교위에 만개한 페튜니아꽃을 카메라 담으니 아름다움이 육교를 가득 채운다. 페튜니아는 쌍떡잎식물로 여러해살이 풀이지만 한국에서는 한해살이 식물로 자란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물이 잘 빠지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심어 물을 자주 주면 6월에서 10월까지 꽃을 피워 도로 난간 화분에 많이 심고 있다.

 

수원시는 문화·예술·관광의 도시답게 거리를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가는 곳마다 꽃길이 조성되어 있고 쉼터가 있다. 아직은 육교위의 보행로는 햇볕이나 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지만 횡단보도에는 그늘막 우산이 설치되어 있고, 버스 정류장에는 겨울 추위를 녹일 수 있는 온열 의자가 가동된다.

 

효성사거리는 횡단보도가 없고 육교만 있기에 이를 이용하는 보행인이 많다. 주변에는 효성초등학교와 동성중학교가 있어 학생들의 통행이 빈번하다. 또 아파트 밀집지역과 국제적인 축구경기를 할 수 있는 수원 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 중앙공원이 있어 시민들의 보행 잦은 곳이다.

효성사거리 원형 육교,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효성사거리 원형 육교,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오늘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 효성사거리 육교를 이용하는 어린이들은 폭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쏟아지는 햇볕을 견디지 못한 아이가 참다못해 친구에게 한 말 "얼굴이 익어버릴 것 같다"는 푸념을 어른들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꽃이 아름다워도 무더위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아이들은 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다.

 

이처럼 보행인이 많은 육교는 눈비를 피하거나 햇볕에 노출되지 않게 가림막(덮게)를 설치하여 시민의 보행에 안전과 편안함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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