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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산홍엽, 가을 광교산의 절정을 느끼다
스타들의 레드카펫보다도 빛나는 단풍 옐로우카펫 밟기
2012-11-12 23:10:44최종 업데이트 : 2012-11-12 23:10:4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소영

만산홍엽, 가을 광교산의 절정을 느끼다_1
만산홍엽, 가을 광교산의 절정을 느끼다_1

가을에는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산으로 떠난다. 
내가 산을 워낙 좋아하는 것을 지인들이 아는지라 가을에는 질문도 잦아진다. "이번에 설악산 가니? 주왕산 가니? 괜찮은 곳 있으면 추천 좀 해줘." 추천이야 해줬지만, 막상 난 올 가을은 단풍 구경을 하기에 최고의 산이라는 설악산도 내장산도 가지 않았다. 그저 가까운 산들만 올랐을 뿐.

'산에 미친'의 저자 민윤기씨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산이나 그 산속으로 들어가 보면 밖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고, 그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정겨움과 넉넉함이 있게 마련이다. 평범해 보이는 산에도 아름다운 비경이 숨어 있다. 그래서 나는 늘 가는 산이지만 그 산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그 아름다움에 찬탄한다."

개인적으로 민윤기 씨의 생각에 공감한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높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작은 동네 뒷산이라도, 가을산은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만든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단풍을 보고 있으면, 멀리 보이던 정상도 가을엔 한층 더 가까워보인다.

아침에 오른 광교산은 하늘이 배경인지 산이 배경인지 모를 정도로 가을이 물감을 풀어놓고 있었다. 
자극적이고 고혹적인 빛깔이 내 시선을 끌기 충만했다. 마음이 동했는지 만산홍엽(滿山紅葉)인 가을산의 정취를 지금 아니면 안 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나 뿐만 아니라 꽤 있었다. 노랗게 쌓인 낙엽을 밟고 지나가니 스타들이 연말 시상식 때 밟는 레드카펫 따위는 부럽지 않았다. 나는 옐로우카펫을 밟고 있으니까. 그것도 자연 그대로의 카펫이니 얼마나 좋은가. 

만산홍엽, 가을 광교산의 절정을 느끼다_2
만산홍엽, 가을 광교산의 절정을 느끼다_2

산을 오르는 도중 '도토리, 밤을 주워가시면 다람쥐가 배가 고파요.'라는 작은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왜 인간은 산에서 다람쥐가 먹는 도토리와 밤까지 가져갈까. 산은 빈집이 아니다. 빈집은커녕 산에는 엄청나게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하며 큰 전체로서 존재하며 살아가고 있다. 

요즘 길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어렵다는 나라경제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 
장사가 안 되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내놓고 임대를 붙여놓은 곳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남의 것을 가져가고 탐하는 것보다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공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시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만산홍엽, 가을 광교산의 절정을 느끼다_4
만산홍엽, 가을 광교산의 절정을 느끼다_4

하산하는 중 한 등산객의 통화내용을 엿듣게 되었다. 
"바위에 앉아서 안개가 자욱하게 낀 산 아래를 바라보니 단풍이 이리오라고 유혹하는데 정말 뛰어내리고 싶더라니까. 그래서 그 누군가는 부엉이바위에 몸을 던졌나. 나는 산이 너무 낮아서 뛰어내렸다가는 다치기만 하고 병원 가서 주사 맞을 것 같아서 그냥 내려가는 거야." 60살은 족히 넘어 보이시는 분의 귀여운 핑계가 귀여워 혼자 내려가면서 킥킥 거리며 웃었다. 단풍은 자살 충동까지 일으키게 하는 마력이 있구나 하며.

두 시간 남짓한 가을산행. 올랐던 등산로 초입으로 다시 무사히 내려오는 날 반긴 나무는 단풍나무도 아닌 소나무도 아닌 산에서 자주 보는 굴참나무도 아닌 은행나무였다. 
역시나 주변에 터진 은행들이 향기롭지 않은 냄내를 내뿜고 있었지만, 내게 애교라도 떨듯 하트 모양인 은행잎을 보니 냄새난다고 똥 취급한 내 자신이 괜스레 부끄러웠다.  

만산홍엽, 가을 광교산의 절정을 느끼다_3
만산홍엽, 가을 광교산의 절정을 느끼다_3

오른 산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엊그제가 덥다 못해 뜨거운 여름 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가을산도 절정을 맞이하고 있으니 세월은 참 유수와도 같다. 나이 몇 살 먹었다고 벌써부터 이런 말을 하니 주변에서 애늙은이라고 말하는 건가 보다. 

머지않아 산은 눈이 소복하게 내려 앉아 백색 천지가 되겠지. 
켜켜이 쌓인 낙엽 밟는 소리에서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로 내 발은 또 다시 산이 주는 행복감에 빠져 들겠지. 혹시나 가을산의 절정을 아직 맛보지 못하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하루빨리 산으로 떠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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