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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시낭송
휴에서 열린 '11월 시 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에서
2018-11-13 07:32:43최종 업데이트 : 2018-11-13 10:13:0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12일 수원시 여성문화공간 휴(이하 휴) 3층 북 카페 채움터를 찾았다.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이 먼저 반긴다. 따스함 때문일까, 마음이 차분하고 평온해진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11월 시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이날 행사 진행자들은 2016년부터 휴의 등록동아리가 되어 매주 월요일 두런두런 동아리실에서는 시낭송 스터디를 운영하고 이끄는 심춘자 시낭송가의 지도로 시낭송 수업에 참여하는 시나브로 회원들이다.
시나브로 회원들은 자신들이 배우고 익히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틈틈이 그 즐거움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공감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오픈된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매월 두 번째 월요일 오후 휴 채움터에서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낭송이 울려 퍼진다.
휴에서 열린 '11월 시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를  심춘자 시낭송가가 진행하고 있다.

휴에서 열린 '11월 시낭송이 있는 월요일 오후'를 심춘자 시낭송가가 진행하고 있다.

첫 시작은 다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옛 시인의 노래'로 시작되었다. '마른 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 새 하나...'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맞추고 옆 사람과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다 보니 행사의 첫 시작인데 금세 친해진 기분이다.

제일 처음으로 나온 정현주 회원은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이란 시를 낭송했다. 어쩜, 감정이 절절히 아름다운 시어에 실려 나오고 있었다. 누군가 기다리고 또 다시 다가가는 일들이 마치 수채화의 한 장면처럼 연상되는 느낌이라니...
권선동에서 왔다는 옆자리에 앉은 분은 내게 자그마한 소리로 묻는다.
"혹시 시낭송 들어보셨나요? 저는 처음인데 가슴이 쿵쿵거리는 것이 그 느낌이 참 좋네요."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를 낭송한 박순복 회원은 긴 시임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고 또렷이 상기시켜주는 낭송이었다. 한 편의 시를 낭송하기 위해 애쓴 수고가 그대로 전달되기도 했다.
노랫말로 잘 알려진 '가을 편지'를 낭송과 함께 노래로 불러 주변의 탄성과 감탄사를 불러  일으킨 주인공은 심필연 회원이다. 끊어질 듯 계속 이어지는 노래 가사 때문에 박수를 가장 많이 받기도 한 회원이기도 했다.

외국에서 잠깐 들어온 아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낭송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정경희 회원은 서정주시인의 '자화상'을 진한 음성으로 감정을 제대로 이끌어 내어 또 다른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겨울의 춤'을 낭송한 천성희 회원은 여운을 남기는 묘미와 목소리에 빠져들게 했다. 힘이 있어 시의 풍경이 저절로 그려지는 매력으로 어쩌면 그녀의 시낭송을 통해 희망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김정숙 회원의 '멸치'라는 시의 제목이 재미있다. 멸치의 활약상을 그녀의 낭송시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할까, 시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바로 시낭송가의 위력이란 생각을 그녀를 통해 느껴볼 수 있었다.
'뼈저린 꿈에서만'이란 시의 낭송은 주은혜 회원이 들려줬다. 양 갈래 머리의 소녀를 연상시키는 여릿한 모습에서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그녀의 진지한 표정과 힘 있는 시어를 통해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그녀의 낭송을 들으면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떠올랐다. 엄마에게 전화라도 한 통 드리고 싶어졌다.
얼마 전 오래된 인연을 맺었던 친구들을 만나서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며 그녀가 함께 불러보고 싶은 노래가 있다며 손을 번쩍 들었다. 시를 좋아하고 시를 즐겨 낭송하는 사람들이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또한 행복한 감정을 드러내놓고 함께 느껴보기를 원하는 모습 같아 보였다. 즐겁고 기쁜 일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것을  그녀들이 함께 부르는 '가을은 참 예쁘다'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배운 것에 그치지 않고 나누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하는 시나브로 시낭송 동아리 회원들의 모습이다.

배운 것에 그치지 않고 나누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하는 시나브로 시낭송 동아리 회원들의 모습이다.

가을만 예쁜 것이 아니다. 시나브로 회원들은 배워서 나만의 것으로만 숨겨놓지 않고, 배워서 남 주자를 실천한다. 시낭송을 통해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그녀들의 작은 마음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다.

'나무에서는 매미들이 맴맴 울고/ 풀숲에서는 풀벌레들이 찌르르르 울고/ 하늘에서는 새들이 후루루 울고/ 교실 구석에서는 귀뚜라미가 귀뚜르르 울고/ 마을에서는 염소가 매애 울고/ 나는 형한테 맞고 훌쩍훌쩍 우네.// 오늘은 다 운다./ 다 울어.'
김용택 시인의 '다 운다'라는 시를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해 본적이 있었다. 함축된 시어가 전하는 힘이 참으로 강함을 느꼈다. 똑같은 시를 통해 감정을 끌어 올리고 내보일 수 있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더욱 속 깊은 이야기도 따라올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진 적이 있었다.

누구든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놓지 못할 때가 많다. 살펴준다는 것, 깊숙이 숨겨져 있는 나만의 감정까지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일, 참으로 필요하고 소중한 일이다. 시낭송을 통해 잠시나마 나의 내면도 소리 없이 울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시낭송, , 여성문화공간, 김용택, 시나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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