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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문학관 개관을 보고
인문학 도시 수원에 문학관이 있다면?
2018-11-20 14:46:31최종 업데이트 : 2018-11-20 17:08:30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수원은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다소 추상적인 말인데 인문학 도시가 인문학적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말인지 인문학적 소프트웨어가 풍부하다는 것인지 인문학 강연이 많기 때문인지 아리송하다. 수원시 도서관사업소 홈페이지에는 지역주민과 도서관이 책으로 소통하며 즐길 수 있고 책 읽는 인문학 중심도시 수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수원에 인문학 강좌가 많기는 하다.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화원, 문화재단, 병원 등에서 매주 다양한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강좌와 연계한 답사 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역사, 철학, 예술, 과학, 문학, 생태, 청소년 등 주제도 다양하고 대상 연령층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이 인문학 강좌를 들을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무료강의이니 관심과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안성시에 개관한 박두진 문학관

안성시에 개관한 박두진 문학관

지난달 27일 있었던 제38차 한국문인대표자 작가대회에서 "인문학도시 수원에 수원문학관이 왜 없는지 이해가 안 되고 의아하다. 방대한 시와 문집을 발간한 정조대왕의 역사적 산물에 대해 지역문학인들의 진지한 논의와 성찰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수원문학관 건립 추진을 위한 전문연구위원과 지역문학 작가들의 재구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원을 대표할만한 걸출한 문인이 있었다면 수원에는 이미 문학관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적인 것 같다. 인문학 도시의 품격에 걸 맞는 문학관이 탄생할지 지켜볼 일이다.
박두진 선생은 정지용 시인의 추천으로 '향현', '묘지송'이 문예잡지 '문장' 1939년 6월호에 실리면서 시인으로서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박두진 선생은 정지용 시인의 추천으로 '향현', '묘지송'이 문예잡지 '문장' 1939년 6월호에 실리면서 시인으로서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박두진 선생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서재

박두진 선생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서재

지난 16일 안성시 안성맞춤랜드 내 남사당공연장과 마주하는 자리에 박두진 문학관을 개관했는데 개관식에 다녀왔다. 안성에서 태어난 혜산 박두진(兮山 朴斗鎭, 1916-1998) 선생은 60여 년 동안 20여 권의 시집을 펴내며 1000여 편의 시와 400편이 넘는 산문을 발표한 현대문학의 거장이다. 조병화 문학관에 이어 두 번째다. 

박두진 문학관은 박두진의 문학세계와 안성의 자연환경이 하나로 어우러져 전시, 교육, 휴식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문학관은 박두진의 문학적 노정과 박두진이 펴낸 시집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박두진의 시를 읽다'와 박두진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한다. 서재를 재현한 '박두진의 일상을 보다', 수석 수집, 글씨, 그림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동한 박두진의 작품과 예술을 대하는 마음을 감상할 수 있는 '박두진의 예술세계와 만나다'로 구성돼있다. '지용의 인상' 자필원고. '문장'에 시를 추천해준 정지용 시인을 처음 보았을 때를 회고하며 쓴 글이다.

'지용의 인상' 자필원고. '문장'에 시를 추천해준 정지용 시인을 처음 보았을 때를 회고하며 쓴 글이다.


'야생대' 초고

'야생대' 초고

지난봄에 박두진 문학관 개관을 준비하던 안성시 학예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박두진 선생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서예작품을 번역해 달라는 것이다. 단 한글자도 알아볼 수 없다면서 작품 사진을 메일로 보내왔다. 작품 사진을 보니 병풍에 쓴 글씨, 가로로 쓴 글씨, 세로로 쓴 글씨, 부채에 쓴 글씨 등 20여 작품에 이르렀는데 모두 초서체로 쓴 글씨였다.

작품을 보니 대단히 난감했다. 흰색은 화선지요 검은색은 글씨였다. 글씨를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보통 초서체는 휘갈겨 쓰는 것으로 알지만 일정한 규칙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부를 하면 읽을 수 있다.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글씨를 추려내고 박두진 선생 고유의 필체를 바탕으로 초서글씨의 규칙을 찾아냈다. 주변의 고수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의 내용을 알 수 있었다. 번역이라기보다는 누구의 작품인지를 찾는 일이었다.
박두진 선생의 서예작품. (위) 만산한설일림송, (중간) 상선여수, (아래)오류선생전

박두진 선생의 서예작품. (위) 만산한설일림송, (중간) 상선여수, (아래)오류선생전


박두진 선생은 도자기에도 글씨를 직접 썼다.

박두진 선생은 도자기에도 글씨를 직접 썼다.

서예작품은 박두진 선생이 직접 썼는데 유명한 한시(漢詩), 문장 등이었고 '상선여수(上善如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만산한설일림송(滿山寒雪一林松, 산에는 찬 눈이 가득하고 소나무는 온 숲을 이루네)' 등 멋진 작품이었다. 작품 끝에는 '병인매월 혜산(丙寅梅月 兮山, 1986년 4월)', '갑자원월 혜산 박두진(甲子元月 兮山 朴斗鎭, 1984년 1월) 등 작품을 쓴 구체적인 시기를 남겼다.

박두진 문학관을 보면서 안성에는 두 개씩이나 있는 문학관이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에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수원에도 그럴듯한 문학관이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박두진 문학관, 인문학 도시 수원,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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