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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문화원 역사탐방】서해 바다 ‘내포’ 문화 유적을 찾아
해미읍성‧수원화성 닮은 듯 달라…모두 천주교 신자 박해 장소로 이용
2019-03-13 10:27:59최종 업데이트 : 2019-03-18 13:26:2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연수

마애삼존불의 밝고 온화한 미소가 다가온다. 수원문화원 인문학 역사탐방 현장에서 염상균 수원 뿌리학교 강사의 해설이 끝나는 순간 건너편 언덕위에서 태양이 얼굴을 내밀고, 빛을 받은 마애삼존불이 해맑은 웃음으로 탐방객을 맞아 준다.

서산 보원사터 당간지주 앞에서

서산 보원사터 당간지주 앞에서

수원문화원에서 실시하는 인문학역사탐방 회원은 3월 7일 아침 8시, 문화원을 출발하여 서해안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6일 동안이나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일기예보에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탐방에 대한 즐거움을 담은 회원들은 염 강사가 펼치는 오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보물 제102호 보원사 터 '석조(물통)' 앞에서 염상균 수원 뿌리학교 강사가 회원들에게 석조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보물 제102호 보원사 터 '석조(물통)' 앞에서 염상균 수원 뿌리학교 강사가 회원들에게 석조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보원사 5층 석탑

보원사 5층 석탑

계곡을 사이에 두고 당간지주와 오층석탑이 우뚝 선 서산 보원사(터)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고 도착한 곳은 당간지주 두 개가 우뚝하게 서있는 보원사(터)지다. 철간지주가 아닌 석간지주인 당간은 통일신라시대 유물로 보물 제103호 이며, 키가 4.2m로 그 높이에 놀라고, 아름다움에 젖는다. 늘씬한 자태를 자랑하는 당간지주는 모서리가 화려하게 조각되어 멋과 힘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은 한때 '고란사'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보원사 터는 당간지주와 석조(물통)를 비롯해 오층석탑, 법인국사 부도와 부도비가 잘 보존되어 있다. 또한 고려 철불(불상)이 있던 곳이다. 사적 제316호인 절터는 넓이가 10만 3000(3만2000평)여 ㎡로 광활하다. 철불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철불이 앉아 있었던 기단에 철불의 사진이 걸려 있는데 그 사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원사 고려철불은 보원사로 환지본처해야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당간지주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직사각형 석조(물통) 보물 제102호가 있다. 돌을 사각으로 파낸 물통으로 길이가 3.5m나 되고 높이가 90cm로 200여명의 스님이 식수로 사용하고도 남을 양의 물을 담을 수 있는 크기다. 개울 건너 금당터 앞에 보물 제104호 보원사 오층석탑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지붕돌이 상승감을 주어 멀리서도 눈에 띈다. 탑 위에 솟아 있는 철제 찰주(탑의 중심을 잡아주는 지지대)는 녹이 슬었지만 원형에 가까울 정도로 보존이 잘 되어 있어 세월의 흔적이 불교 예술의 극치를 이룬다.

서산 마애삼존불

서산 마애삼존불

온화한 미소에 젖다


보원사 터 탐방에 이어 천년을 꿰뚫는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삼존불을 찾았다. 국보 제84호인 삼존불은 충남 서산시 운산면 마애삼존불길 65-13에 있다. 세 분의 불상 중 가운데 큰 부처가 본존 '석가여래'이고, 약간 뒤쪽으로 물러난 두 불상 중 왼쪽 입상이 '제화갈라' 보살, 오른쪽 불상은 '미륵' 보살이다.

 

가운데 불상은 얼굴이 둥글고, 웃음을 머금은 눈이 크다. 입술은 두툼하고 높은 코는 날카롭지 않은 평범한 일명 주먹코로 온화하다. 억지로 웃음을 띤 얼굴이 아니라 보고만 있어도 함께 웃음이 나올 정도다. 왼쪽 보살은 두 손을 가슴에 가지런히 하고 약합을 쥐고 있다. 오른쪽 보살은 연꽃무늬 좌대에 앉아 한 쪽 다리는 내리고 한 다리는 무릎에 올려 오른손 검지를 얼굴에 대고 웃고 있다. 어린아이의 모습과 흡사한 보살의 얼굴에서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천년의 세월을 넘어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서산 삼존마애불은 미소의 신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빛에 따라 다양하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옴폭한 산 속에 위치한 불상은 햇볕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빛의 양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먹는 즐거움에 취하다

 

서산 마애삼존불에서 한 가득 행복한 웃음을 담아 먹는 즐거움을 위해 식당으로 발길을 돌린다. 삼존불 아래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와 걸어서 식당에 도착한다. 푸짐한 음식이 차려져 있다. 메뉴는 민물 새우탕 이다. 아내와 함께 다른 여성회원과 한 상을 차지한다. 새우탕에 들어 있는 수제비 맛이 일품이다. 맛깔스런 음식 맛에 먹는데 정신을 쏟는다. 아내와 다른 회원은 배가 부르다며 숟가락을 놓고 나에게 많이 먹으라고 권한다. 수제비를 건지려고 국자를 넣었더니 새우들이 냄비 바닥에 깔린 무 밑에 숨어 있다. 새우를 건져 올리는 행운을 잡는다. 배가 불러오는데 새우 맛에 취해 먹고, 또 먹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인문학역사탐방에서 으뜸가는 또 하나의 장점이 허기진 배를 달래주는 맛 집이라는 것을 포만감에서 느낀다.

명종 태봉에서 내려다본 농촌 전경

명종 태봉에서 내려다본 농촌 전경

명당에 태를 봉안하라
 

팔부능선에 오르자 숨이 턱 턱 막힌다. 이마에 흐르는 땀은 쌀쌀한 날씨를 무색하게 한다. "오르는 길이 비탈지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려우니 올라가기 싫은 회원은 버스에서 기다려도 된다"는 염 강사의 말이 실감난다. 잠시 숨을 돌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작은 산봉우리들이 곳곳에 솟아 있다. 산도 아닌 듯, 밭도 아닌 것이 수원의 팔달산 높이의 펑퍼짐한 산들이다. 봉긋 봉긋 올라 있는 산들은 제주도 한라산을 둘러싸고 있는 '오름' 같아 제주도인 듯 착각에 빠질 정도다. 산은 나무가 없고, 목장으로 사용되는 초지가 조성되어 있다. 아직은 풀들이 자라지 않아 헐벗어 보이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봄을 지나 푸른 초원이 펼쳐지면 자연의 향연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서산은 한우 목장이 많은 곳이다. 초지조성을 위한 트랙터와 중장비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평화로워 보인다.

 

봉우리에 오르자 문화재 지정 보물 제1976호 조선 제13대 임금 명종대왕 태실과 비가 있다. 왕자의 태를 봉안한 태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실물의 태실을 본 것은 처음이다. 스님의 사리가 안치된 부도와 같은 크기의 지붕돌이 웅장하다. 몸통은 둥근 항아리 모양으로 되어 있다. 태를 봉안하는 곳은 명당자리라고 하는데 이곳이 명당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사방이 훤히 내려다보이며 풍광이 아름다운 것을 보니 명당인 듯도 하다.

개심사 연못

개심사 연못

개심사 현판 (코끼리 상 글자가 두드려져 보인다.)

개심사 현판 (코끼리 상 글자가 두드려져 보인다.)

깨끗한 마음 洗心洞에서 지혜를 일깨우는 開心寺
 

고불고불 산길을 따라 오르면 네모난 연못이 절집을 찾는 사람을 맞이한다. 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초봄이라 연못에는 수초나 연꽃이 없다.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이 어제다. 연못에는 도롱뇽 알이 잔잔한 물결에 일렁인다. 산 정상 가까운 높은 곳에 많은 물을 담는 연못이 있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또한 원형의 연못과는 달리 직사각형으로 이뤄진 모형이 새롭다. 순간 오전에 본 보원사지의 사각 석조 물통이 떠올라 사찰에서는 물을 사각에 담는 풍습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연못 중앙에 다리가 있다. 다리에서 올려다보니 象王山開心寺 현판의 눈에 들어온다. 현판의 象(코끼리 상) 글자가 한쪽을 길게 뻗어 있다. 코끼리 코 같이 생겼다. "코끼리가 코로 연못의 물을 사방으로 뿌려 오곡을 풍성하게 하여 중생들의 배고픔을 달래는 듯" 이라는 염 강사의 해설이 그럴듯하여 다시 한 번 새겨들으며 현판을 바라본다.

 

돌계단을 오르자 왼쪽에 종을 매단 개심사 종루가 있다. 종루 기둥이 허리를 구부리고 배를 잔뜩 내밀고 있다. 기둥은 휘어져도 균형이 잡혀 안정감을 준다. 나무를 다듬지 않고 생긴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종루뿐만이 아니라 다른 전각 기둥도 울퉁불퉁 휘어져 저마다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개심사는 백제말기에 세워졌으며 웅장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왜소해 보이지 않으며, 전각들이 잘 짜여 온화한 느낌을 준다. 보물 제143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장대한 기단석 위에 품위 있게 세워져 있다. 밖에서 보면 지붕 처마 위에는 하얀 새가 앉아 있는 것 같은 백색의 도자기 연봉이 줄지어 있다. 검은 기와와 대비되는 연봉이 한 눈에 들어와 지붕위에 학이 나란히 앉아 있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해미읍성 서문 밖 돌다리 순교지

해미읍성 서문 밖 돌다리 순교지

순교성지로 세계에 알려진 해미읍성
 

해미읍성은 성곽의 존재보다 순교성지로 세계에 알려진 곳이다. 수천 명에 달하는 천주교 신자들이 고문을 받고 처형당한 현장이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격 방문해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관광객과 천주교 신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문 밖에 있는 자래기질(곡식 단을 돌에 쳐서 탈곡)을 쳐서 천주교 신자들을 죽인 돌다리를 찾았다. 다리에 있었던 돌은 천주교에서 훼손을 막기 위해 여숫골 성지로 옮겨 갔으며, 다리가 있던 곳에 모조품을 만들어 놓았다. 돌과 흡사한 모조품은 플라스틱이며 손으로 두드리니 통통 소리가 난다.

 

남쪽 진남문을 들어서자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받아 목숨을 잃었던 호야나무와 순교 기념비가 있다. 호야나무는 회화나무로 서산지방에서 불리는 이름이다. 호야나무에 신자의 목을 매달아 죽였으며, 심지어는 나무에 묶어 화살로 참혹하게 처형하기도 하고, 구덩이에 생매장하는 잔혹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호야나무에 성호경과 기도를 마치고 옥사를 둘러본다. 옥사는 초가집이고, 담은 둥근 원형이다.

 

성안에는 주민들이 살았지만 성곽을 정비한다는 핑계로 민가를 철거하여 현재 설렁한 허허벌판이다. 성 안에 주민이 살고 있는 수원화성과 전주성, 초가집이 유명한 승주 낙안성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옛 성을 복원하고 정비하는 것도 좋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해미읍성 성안 전경

해미읍성 성안 전경

해미읍성에서 수원화성 북수동 성당 순교 성지를 생각하다


해미읍성과 수원화성은 닮은 듯 다르다. 첫째 수원화성과 해미읍성은 산성이 아닌 읍성으로 같은 성이지만 해미읍성은 지방의 행정을 맡아보는 동궁이 있는 반면 수원화성은 읍성의 면모를 갖추었지만 임금이 머물거나 거쳐할 수 있게 행궁이 있는 도성이다. 또한 평지에 솟은 작은 산을 이용하여 쌓은 성으로 성안에 주민이 거주 하는 성이었지만 수원화성은 성안을 보존하여 옛 성의 면모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해미읍성은 주민들을 모두 성 밖으로 강제 이주시켜 폐허가 된 성을 복원한 모습을 하고 있다.

 

두 성에는 천주교 신자들의 박해 장소로 이용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원화성도 천주교 교인이 심문을 받았던 이아(화청관)과 형을 집행했던 토포청(중영)이 있다. 행궁 건너편 있는 북수동 성당은 순교 성지 순례지로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찾는다. 해미읍성 서문 밖에는 자래기질 돌이 있으며, 수원화성의 순교 성지인 북수동 성당에는 돌 형구가 있다. 돌 형구는 "사람을 소리 없이 죽이는 기계를 만들라"는 흥선 대원군의 명을 받아 바위 돌에 구멍을 뚫어 그 속에 머리를 넣게 하여 목에 줄을 당겨 처형하는 도구다.

 

알면 배가 되는 즐거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수원문화원에서 실시하는 인문학 역사탐방은 지방에 산재해 있는 문화와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 할 수 있다. 탐방의 해설을 맡은 수원 뿌리학교 염상균 강사는 사전 답사를 세심히 하고, 문헌의 기록은 물론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구수한 입담과 유머로 회원들을 지루하지 않게 안내 한다. 안전과 건강을 챙기는 김경란 문화사업팀장과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 또한 탐방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수원문화원에서 떠나는 인문학역사탐방은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목요일 실시한다. 지난해까지는 방문과 전화 접수를 받았으나 전화 접수는 후순위로 밀려 대기자 명단에 올려야만 했다. 출근시간 9시에 접수를 시작했지만 오전 8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그러다보나 방문 접수를 못하는 회원들이 인터넷접수를 요청했고, 올해부터 인터넷접수가 시작됐다.

 

필자는 2017년 3월 양주 회암사(터)지를 시작으로 인문학 역사탐방을 하고 있다. 역사탐방에 참가하다보면 한 번 방문한 곳도 있고, 처음 탐방하는 곳도 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면 지역의 문화를 깊게 알아가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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