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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일상 그린 영화 '생일'을 보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2019-04-15 00:08:17최종 업데이트 : 2019-04-23 15:29:18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화서역을 배경으로 걸린 플랜카드가 보인다. '세월호 참사 5주기,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여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났다. 16일 5주기가 되는 날이다. 전면 재수사를 통해 진실규명을 바란다.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년이 되는 날이다. 13일 토요일 오후 벚꽃 구경으로 서호천을 걷다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화서역을 배경으로 현수막이 걸려있는 걸 봤다. '세월호 참사 5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그랬다. 5년전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이 탄 세월호가 침몰했었다.

현수막에 쓰인 '잊지 않겠습니다'란 단어가 자꾸 생각나 세월호 유가족의 일상을 그린 영화 '생일'을 보러 14일 일요일 저녁 늦은 시간 영화관을 찾았다. 짝을 지어 앉은 관람객이 여럿 보이는 뒷좌석에 홀로 자리를 잡았다.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이 다 아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참사 직후 가슴 아파했던 것도 잠시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잊혀졌다. 영화는 사건 이후 남겨진 가족의 삶을 다루지만 의외로 잔잔하고 겉으로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준다.

맏이 아들을 잃은 부모와 어린 여동생은 각자 지닌 상처를 지니고 슬픔을 애써 참아가며 산다. 어느 날 아들의 생일잔치를 열어주겠다는 세월호 유가족 단체의 제안이 달갑지 않다. 아들을 향한 그리움으로 목놓아 우는 엄마와 사고 이후 트라우마로 갯벌에 들어서는 게 두려운 여동생, 시종일관 꿋꿋하게 잘 버티던 아빠는 영화가 끝날 무렵 감정을 폭발하고 만다.
 
세월호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이렇게 빨리 나와도 될까 하는 의구심은 영화를 보면서 풀렸다. 어쩌면 더 빨리 나왔더라면 유가족에게 힘이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이 되었고 진심이 느껴졌다.

일요일 늦은 시간 영화관에는 30여 명의 관람객이 함께 영화를 봤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후 여기저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유가족이 겪었을 내적 고통과 치유될 수 없는 상처가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기자는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는 그 순간 이후부터 TV를 보지않고, 자극적인 뉴스화면과 각종 선정적 기사를  애써 외면하며 살았다. 미진한 진상규명과 보상금에 관한 설왕설래가 참사보다 더 큰 고통으로 느껴져 때로는 참사 자체를 모르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결론에 다다르기도 했다.

두 딸을 양육하면서 여러 번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겪어봤다. 두 돌 지난 큰딸을 울산의 H 백화점에서 잃어버려 두 시간 동안 찾아 헤맨 적이 있다. 유모차에 자고 있던 둘째 딸을 에스컬레이터 앞 액세서리 매대에서 일하는 점원에게 맡기고 직접 찾아 나섰다. 잠깐 손을 놓았을 뿐인데 순식간에 큰딸은 사라졌고, 아무도 보는 이가 없었다.

어떻게 뛰어다녔는지, 뭐라 소리치며 백화점을 샅샅이 뒤졌는지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두 시간 후 "엄마를 잃어버린 여자아이가 4층 장난감코너에서 울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방송을 듣는 즉시 4층으로 오세요"라는 방송이 나왔다.

분명 1층에서 잠깐 손을 놓았을 뿐인데 딸은 어느 틈엔가 4층까지 가 있었고, 낯선 아이를 발견한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딸을 찾을 수 있었다. 24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그 아찔한 두 시간은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기억 속에 꼭꼭 숨어있다.

영화를 보며 아이를 잠시나마 품에서 잃어본 경험치로도 참사를 겪은 유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었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처지에서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영화 보러 가는 엄마에게 큰딸은 "엄마 감당할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데, 솔직히 사고 당시의 실제 장면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다. 5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거대한 슬픔 앞에 아무렇지도 않을 거란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영화는 이웃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 유가족들이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봄은 왔지만,  소풍에서 돌아오지 못한 자녀들을 기다리는 유가족을 응원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아직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바다에 잠겨있다. 세월호 참사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아픈 교훈을 남겼다. 문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주려면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화서역 앞에 걸린 현수막이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 5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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