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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무(武)의 도시
김우영/시인, 언론인
2018-05-31 13:16:41최종 업데이트 : 2018-05-31 13:20:26 작성자 : 편집주간   강성기

나를 마초기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환갑 지나고 진갑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진검을 빼들면 가슴이 설렌다. 인적 드문 새벽 화성행궁 앞마당에서 한바탕 시원하게 휘두르며 땀 흘리고 싶다. 과거 십 몇 년간 무예24기에 빠져 나름대로 열심히 수련했었다. 새벽 5시부터 공원에 나가 사범들의 지도 아래 한 시간 정도씩 목검을 휘둘렀다.

 

당시 함께 수련했던 멤버들 중에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가장 열심히 했던 외국인은 캐나다에서 온 헤더 영이라는 여성이었는데 당시 수원의 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수련한 덕분에 영어 울렁증은 사라졌다. 실력이 크게 향상된 것은 아니지만 목검을 맞대며 친하게 지내고 막걸리도 한잔씩 나누다 보니까 무의식 속으로 숨었던 중학교 시절의 영어가 나도 모르게 나오고 있더란 얘기다.

 

한국과 한국 사람들, 한국 음식, 무예24기를 참 좋아했던 헤더가 캐나다로 돌아간 지 벌써 6~7년이나 됐다. 그리고 내가 검을 손에서 놓은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래도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매일 오전 11시에 펼치는 무예24기 공연을 보면 내가 저들 중의 한사람인 듯 눈에 힘이 실리고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나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자들도 이 공연을 보면서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사실은 나도 한 때 저기 서서 진검으로 대나무 베기나 짚단 베기 시연에 몇 번 참여한 적이 있었다.

 

정조대왕 명으로 편찬된 무예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수록된 24종류의 무예인 무예24기가 수원에서 다시 꽃피우게 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조대왕이 아들에게 양위한 후 내려와 살면서 정치적 기반으로 삼으려 했던 수원 화성에는 장용영 외영 군사들이 배치됐다. 장용영 군사들은 당대 최고의 무사집단으로서 무예도보통지의 무예를 수련했다. 따라서 날마다 수원화성 내외에서는 군사들이 내지르는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성이 진동했을 것이다. 이들이 수련했던 무예24기가 수원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무예24기마상무예

무예24기마상무예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수원이 본시 '무향(武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1899년, 그러니까 조선 후기 고종 때인 광무(光武)3년 5월에 편찬된 「수원군·읍지(水原郡·邑誌)」 '풍속'조엔 '무술을 좋아하고 농사짓기에 힘쓰며 인물들이 다양하다'라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효종실록」에도 '수원은 본디 무향'(水原本武鄕)이란 기록이 보인다. 이처럼 수원은 예로부터 상무전통이 강한 지역이었다.

 

전기한 것처럼 수원은 정조시대 조선 최강의 군대 장용외영의 주둔지였다. 수원은 명문 무인집안인 상주박씨·함평이씨·해풍김씨 등의 근거지였다. 조선 후기엔 서울·평양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무과 급제자를 배출하기도 했으니 무향이란 말이 틀린 것이 아니다.

 

이런 수원상무 정신을 느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5월 24일부터 7월 22일까지 수원화성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수원의 무예전통을 담은 기획전시 '무향(武鄕) 수원 상무전통을 잇다'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향인 수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서책, 어찰(御札), 그림, 사진 등 40여 점을 볼 수 있다.

특히 정조시대 종합 무예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원본이 전시되고 있다. 이 자료는 2017년 북한에 의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육군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이 전시된다.
무예도보통지

무예도보통지

1598년(선조 31년) 편찬된 무예실기서 「무예제보(武藝諸譜)」도 만날 수 있다. 조선 최초의 무예서로서 조선 무예서 계보의 출발점인 이 책은 이후 「무예제보번역속집」(1610년), 사도세자가 만든 「무예신보」(1759년), 「무예도보통지」 편찬으로 이어졌다.
 

또 정조의 활쏘기 관련 유물과 어찰인 '득중정어사도(得中亭御射圖)', '정조사 조심태 어찰첩(趙心泰 御札帖)'을 비롯, 박유명·이창운·김수·김후 등 조선 후기 수원지역 무신들의 초상화가 전시된다. 이밖에 일제 강점기 활쏘기 사진엽서, 1950년대 활 쏘는 사진, 1980~2000년대 궁도대회 사진 등도 흥미롭다.

 

화성행궁 앞에서 매일 오전 11시 시연되는 무예24기를 관람한 후 지척에 있는 화성박물관으로 건너가서 관람하면 더욱 실감이 날 것이다.

수원, 김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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