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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민들, 몽골 사막에 나무를 심다
김우영/시인, 언론인
2018-06-04 15:52:58최종 업데이트 : 2018-06-12 13:53:56 작성자 : 편집주간   강성기

'몽골'이란 나라를 생각하면 초록색 풀밭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초원지대를 떠올린다. 물론 땅이 넓으니 그런 곳이 많다. 하지만 이는 물길이 흐르거나 호수가 있는 습지의 경우에 한정된다. 비가 잘 오지 않는 곳은 모래로 이뤄진 거친 황무지일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황무지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엄청난 황사가 발생되는데 이것들이 우리나라로 넘어온다. 나는 이 끔찍한 황사를 몽골 현지에서 겪어봤다. 2013년 몽골 튜브아이 막 에르덴 솜 지역에서였다. 여기서 행정 단위인 '막'은 도(道)이고 '솜'은 군(郡)이다. 그러니까 튜브아이 도 에르덴 군이라고 하면 되겠다.

 

수원시는 몽골에서 '수원시민의 숲' 조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황사 발원지인 몽골에 나무를 심는 사업으로써 올해로 8년째다. 지난 5월 19일에도 수원시 공무원, 수원시의원, 몽골 날라이흐 시정부 관계자, 아주대학교대학원·(사)휴먼몽골사업단·(사)푸른아시아 관계자, 현지 주민 등이 참석, 수원시민의 숲 일원에 구주소나무 묘목 500그루를 심었다. 또 포플러·차차르간 등 묘목 6000그루를 공급했는데 이 나무는 현지인들이 자체적으로 심는다.

 

수원시는 지난 2011년부터 몽골정부, (사)푸른아시아와 협약을 체결한 후 '수원시민의 숲'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에르덴 솜 지역 100만㎡ 대지에 심은 나무는 포플러, 차차르간, 우흐린누드, 구주소나무 등 10만여 그루에 이른다. 7년 동안 연인원 840여 명이 나무를 심고 관리하기 위해 현지를 찾았다"고 한다. 수원시민의 숲 조성사업은 2020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에르덴솜 지역에 나무를 심고 있는 수원시민과 현지인들

에르덴솜 지역에 나무를 심고 있는 수원시민과 현지인들

나도 몽골 수원시민의 숲 식목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2013년 5월22일 밤 11시 30분 몽골 징기즈칸공항에 도착, 23~24일 이틀간 튜브아이 막 에르덴 솜 지역에서 나무를 심었다.
 

에르덴 지역은 이전에는 농작물의 경작이 가능한 지역 이었으나 현재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사막화 방지를 위한 방풍림 조성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선정됐다. 이곳은 그야말로 황무지였다. 바람이 몰아치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모래와 먼지가 천지를 지배했다. 점심 때 도시락을 나눠줬는데 모래먼지 속에서 먹느라 고생했다. 고된 작업이라 배가 몹시 고팠던 탓에 안 먹을 수도 없었던 '모래덮밥'이었다.(맹장 수술을 한 것이 다행이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고운 모래로 된 땅이라서 수월하게 구덩이를 팔 줄 알았는데 워낙 오랜 세월 다져진 터여서 돌이나 다름없이 딱딱했다. 곡괭이가 튕겨 나올 정도라면 믿겠는가. 그럼에도 모두들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열심히 땅을 팠다. 나무를 심고 물을 퍼서 날랐다.
 

그때 몽골 자연환경관광부 바트볼트 국장이 이렇게 말했다.

"오는 25일이 몽골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이 좋은 날 좋은 일을 하러 멀리 한국에서 몽골까지 오신 여러분을 환영하며 오늘의 선행은 나중에 몇 배의 좋은 일로 돌아올 것입니다. 한그루의 나무는 뒤에 엄청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수원시휴먼몽골사업단 최중한 이사장도 "몽골 에르덴솜 지역에 나무를 심는 일은 작지만 커다란 일입니다. 오늘 심은 나무가 10년 후면 몽골은 물론 주변국 환경 개선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일행을 격려했다.

 

이때 함께 했던 사람들은 수원시휴먼몽골사업단과 율천동 주민, 자원봉사센터, 대학생, IBK기업은행 직원, 수원시 공직자 등 79명이었다. 에르덴솜 주민과 울란바타르에서 온 몽골 대학생들도 함께 했다. 몽골대학생들은 수년전부터 매주 주말마다 수원시민의 숲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일을 하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 우리가 준비해간 소주를 건네자 싱겁다는 듯 훌쩍 마시곤 다시 곡괭이와 삽을 드는 그들에게서 몽골의 미래를 봤다.
 

몇몇 친구들은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다. 우리가 만류해도 별것 아니라는 듯 묵묵히 땅을 파는 젊은이들...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성실함으로 미루어 아마도 몽골에서 좋은 직장을 얻었거나 학업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호감이 컸던 것으로 보아 한국에 들어와 있는 친구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날 지구온난화로 인해 갈수록 심해지는 사막화 및 황사피해 예방 사업은 전 세계인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세계적 환경문제다. 특히 몽골은 급격한 사막화 위기에 처해있다. 국토의 90%에서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6만9000㎢의 목초지가 사라졌고 식물종의 75%가 멸종했다. 최근 10년 동안 벌목으로 인해 강물의 수위가 절반으로 줄기도 했다. 몽골 국토의 8%에 이르던 산림지역은 무분별한 벌목으로 6.7%로 감소했다. 북쪽 산림을 기반으로 3800여개 강과 3500여개의 호수가 있었지만 21세기 들어 약 850개의 강과 약 1000개의 호수가 사라졌다.

 

'수원시민의 숲'이 조성되고 있는 에르덴에 '좀모드'라는 곳이 있다. 우리말로는 100그루 나무가 있는 곳이라는 뜻인데 100은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걸어서 다녀왔는데 예전에 나무들로 울창했다는 이 숲엔 이제 60그루정도의 소나무만 남았다. 그나마 바로 뒤쪽엔 사막이 밀려들어오고 있어 머지않아 이마저 사라질 듯하다. 안타까움에 오후 작업에 더 힘을 냈다.

좀모드(100그루나무 숲). 뒤로 모래사막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사진/2013년 김우영 촬영

좀모드(100그루나무 숲). 뒤로 모래사막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사진/2013년 김우영 촬영

몽골에서 나무를 심고 돌아온 지도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때 내가 심은 나무들은 잘 자라고 있을까. 숲은 형태를 갖춰가고 있을까. 워낙 척박한 환경이라 한국에서처럼 쑥쑥 자라지는 않을 것이란 짐작은 하지만 궁금해서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다.

몽골 사막, 김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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