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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시대 ‘핫플레이스’ 거북시장 느림보타운 이야기
김우영/시인, 언론인
2018-06-07 11:15:49최종 업데이트 : 2018-06-12 14:10:31 작성자 : 편집주간   강성기

장안문 밖에 거북시장이 있다. 지금은 시장이라기보다는 주로 음식점과 술집, 숙박시설이 위주인 상가지역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는데 이 지역 상인들이 상인회도 만들고 전통시장으로 등록도 하면서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곳은 70년대까지 많지는 않았지만 채소와 과일, 생선 등도 팔던 점포와 노점도 있어 전통시장의 구색을 갖췄었다. 그러나 좀 더 거슬러 올라가서 조선 정조시대엔 '새술막거리'가 들어섰던 곳이다. 요샛말로 '핫 플레이스(hot place)'였는데 말 그대로 사람이 많이 몰려 뜨거운 곳이었다.
 

우선 인근에 영화역이 있었다. '화성성역의궤'엔, "영화역은 장안문 밖 동쪽 1리쯤에 있다. 병진년(정조 20) 가을 화성 직로에는 역참이 없고 북문 밖은 인가가 공광하여 막아 지키는 형세에 흠이 되기 때문에 경기 양재도역을 옮겨 이곳에 창치하고 역에 속한 말과 역호를 이사 시켰다"고 기록돼 있다. 정조 20년은 1796년이다.
 

영화역이 있다는 것은 교통의 요지로서 사람의 왕래가 빈번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게다가 화성축성공사를 하면서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들었다. 또 주변에는 장용외영(정조시대 정예 군사조직)의 훈련장이 있어 자연스럽게 새로운 주막들이 들어서 상가를 형성했다. 장안문 밖의 거북시장은 이미 그때부터 번화한 거리였던 것이다.
 

실제로 '화성성역의궤'에 수록된 '영화역도(迎華驛圖)'를 살펴보면 영화역 산 뒤편으론 말들이 뛰놀거나 풀을 뜯는 모습이 보이고 역 앞에는 즐비하게 늘어 선 민가들이 보인다.

화성성역의궤에 들어있는 영화역도

화성성역의궤에 들어있는 영화역도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화성축성공사를 하다 보니 예산이 부족했다. 그래서 장안문 밖에 주막거리를 만들어 성역 일꾼들이 받은 노임을 여기에서 쓰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돈은 다시 일꾼들에게 노임으로 지급되고...뭐,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가 구전될 정도로 번창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새술막거리의 제2 전성기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였다. 팔달문 인근의 상권이 장안문 밖 북문터미널로 옮겨 온 것인데 1990년대 들어 교통수단의 발달과 신도시개발 등 여러 가지 변화로 인해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이에 과거 번성했던 장안문터미널 인근 상가지역(거북시장)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상인들과 수원시청 최호운 박사(도시계획)를 비롯한 몇몇 연구자, 지역인사들이 발 벗고 나섰다. 쇠퇴해 가는 거리를 아름답게 재생시켜 시민과 관광객이 찾아오는 품격 있는 거리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경관협정 프로젝트가 2008년 말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국토해양부와 수원시가 선정하는 주민스스로가 만들어가는 '2011년 장안문 거북시장(느림보타운만들기) 도시활력증진사업'으로 선정 됐다. 상인들과 연구자, 뜻을 같이하는 문화계 인사들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최호운 박사는 "다시 태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거북시장이 가지고 있는 건강, 장수, 웰빙, 행복의 이미지를 담은 느림보 타운으로 홍보하고 영화역, 새술막길 등 문화재를 복원하고 역사와 전통이 가미된 특화거리 축제 등을 유치,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시장으로서 시민뿐만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매력있고 활성화된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숱막거리 축제

새숱막거리 축제

과거에 수원상권의 중심에 있던 새술막거리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장안문 거북시장 상인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행사가 2011년부터 열리는 '새숱막거리 축제'다. 새 숱막은 '새 술막'이 변형된 지명이다. '새숱막거리'의 이름을 딴 올해 행사는 지난 5월에 열렸다. 지역동아리 팀 공연과 태권도 시범공연, 막걸리제조 시연, 초대가수 공연, 힙합댄스, 이강표 악단 연주, 색소폰 공연, 전자바이올린 공연, 평양예술단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또 풍선아트와 페이스페인팅, 사은품 증정이벤트도 진행돼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도 2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거북시장의 발전을 기원하는 고유제, 척사대회, 장승축제, 자동차 없는 날, 연등제, 음식한마당축제, 풍물축제 등 축제가 연중 열리고 있다. 아마도 축제가 가장 많이 열리는 시장이 아닐까한다.

 

'거북시장 느림보타운'은 지난 2014년 6월 경관 개선사업이 완료된 후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찾는 사람이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얼핏 보면 유럽의 한 마을에 온 듯 착각이 일 정도로 아름다운 시장으로 변신했다. 앞으로 거북시장을 비롯한 영화동(迎華洞) 일대가 200여 년 전, 그리고 1970~1980년대의 영화(榮華)를 되찾길 기원한다. 그리고 옛날의 영화역(迎華驛)도 복원되면 좋겠다.

거북시장, 새숱막거리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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