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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의 3.1운동은 전국 만세시위의 기폭제
김우영/시인, 언론인
2018-07-02 15:43:46최종 업데이트 : 2018-07-04 15:32:01 작성자 : 편집주간   강성기

지난달 29일 수원시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이 날 독립운동가 필동 임면수 선생의 손자 임병무 씨와 김노적 선생의 손자 김현석 씨도 나와 뜻을 함께 했다.

지난 6월29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수원시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지난 6월29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수원시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지난번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나는 필동 임면수 선생의 손자 임병무 씨와 오랜 교류를 하고 있다. '독립군의 후손들은 3대가 빌어먹고 친일파 후손들은 대를 이어 호강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는 60세 중반의 나이에도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수원시청 앞 올림픽공원에 건립된 동상의 할아버지 얼굴을 꼭 빼닮은 그를 보고 있으면 이 나라의 역사와 현실에 화가 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아직도 친일파 후손들이 득세하고 있는 반면 생명과 재산을 이 나라와 민족에 바쳐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독립투사와 그 후손들은 곤궁한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임병무 씨는 뇌수술을 받은 후 말과 행동까지 어눌해져 어디 취직도 못한 채 부인이 벌어오는 약간의 수입에 의존해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몇 년 전 내가 속해 있는 (사)화성연구회에서 백두산 인근 항일 독립군들의 발자취를 찾아 가는 답사여행을 한 적이 있다. 호랑이를 비롯해 온갖 산짐승과 독충, 모기 등이 뒤섞인 밀림 속, 그나마 여름에는 먹을 수 있는 풀과 열매라도 있다지만 겨울,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을 그분들의 처지를 생각하며 참으로 가슴이 아팠고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일행의 안내를 맡은 사람은 중국동포로서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었다. 특히 만주와 백두산 일대의 항일 투쟁사를 정확하게 꿰고 있어서 우리를 감동시켰다. 그가 들려준 일화를 떠올리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영하 30도의 추위는 예사인 백두산 산간 마을에 어느 날 밤 독립군 한명이 찾아들었다. 그는 주민에게 돈을 주며 먹을 것과 신발, 옷가지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주민은 일본군에 신고했다. 독립군은 산으로 피신해 총격전을 벌이며 저항했지만 결국 총에 맞아 전사하고 말았다.
 

일본군은 독립군의 시신을 해부했다. 이 추운 겨울 산속에서 도대체 무얼 먹고 살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위에서는 곡기는 한 톨도 없이 사람이 먹기 힘든 풀뿌리와 나무껍질만 발견됐다. 신발도 다 떨어져 거의 맨발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임면수 선생의 큰 아들도 독립군 자금을 운반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왔다 돌아가는 길에 만주에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동사했다.

 

우리 선열들의 독립투쟁은 이런 환경에서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그래서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면 숙연해지고 동시에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역사에 분노하게 된다. 그래서 수원시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에 흔쾌하게 동참했다.

 

지난 6월29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는 추진위원회와 수원시 각 부서가 발굴해 제안한 기념사업을 심의했다. 기념사업은 △시설조성(3개) △학술·전시(7개) △남북교류(2개) △기념식·문화행사(10개) △시민·교육(5개) △홍보운영(6개) 등 6개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사업은 '수원 3.1 항일독립운동 상징물(가칭) 건립', '독립운동 탐방로 조성', '수원지역 독립운동 강사양성·학습 지원', '100주년 기념 청소년 역사토론대회', '수원의 독립운동가 다룬 창작 뮤지컬 제작', '시민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시민참여행사(수원 그날의 함성·모두를 위한 나라)' 등이다.

 

수원지역 독립운동 역사와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추진위원회는 지난 1월 24일 출범했다. 현재 추진위원회는 학계·종교계·언론계 인사와 사회·시민단체 대표, 시의원, 수원시 공무원 등 170여 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1997년, 나는 독립투사 임면수 선생 손자 임병무 씨, 극단 성 대표 김성열 씨, 시조시인 정수자 씨 등과 함께 정신대 할머니를 돕기 위한 문화예술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다고 먼저 번 글('수원의 창' 4월 2일 게재)에서 밝힌 바 있다. 그때 함께 했던 이들 중 나와 임병무·김성열·정수자 씨가 추진위원으로 동참했다. 그 사이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새삼 감개가 무량하다.

 

수원지방은 평안북도 의주, 황해도 수안과 더불어 3.1운동의 3대 항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에서 만세 시위가 벌어졌던 1919년 3월1일 수원 방화수류정 부근에서도 김세환 선생 등이 주도, 수백 명이 만세를 불렀고 이 만세 시위는 전국 각 지방으로 퍼져 나가는 기폭제가 됐다.

수원지방의 3.1운동은 농민과 노동자, 상인, 지식인과 심지어는 기생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계층이 참여한 독립운동이었다.

 

내년 2019년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수원시의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이 민족혼과 애국심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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