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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희 시인의 '봄갈이'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3-19 15:05:38최종 업데이트 : 2018-03-19 15:06:19 작성자 :   e수원뉴스
배경희 시인의 '봄갈이'

배경희 시인의 '봄갈이'

연두 새순의 옹알이들이 여기저기 봄빛을 펼치고 있다. 나날이 주변의 빛이 달라지는 느낌은 들이나 천변에서 더 확연하다. 수원천빛도 봄을 머금어 물빛이 달라지는데 물 가까이 사는 풀이며 나무며 벌레며 봄을 흠씬 마신 몸들이 벌써부터 봄빛을 뿜어내는 게다.

그럴 즈음 황구지천 둑길과 그 안팎의 동네를 자주 걷던 배경희(1967~) 시인은 즐거운 봄갈이 소식을 전한다. 시인은 201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첫 시집 '흰색의 배후'를 냈는데 화가로도 활동 중이다. 제목에서 살짝 보여주듯 작품에도 색채 감각이 남다른데, 더 주목받는 것은 다면적이고 심층적인 무의식을 캐보는 개성적 탐색이다.

황구지천에서 만나곤 하던 '봄갈이'의 표정과 몸짓들. 시인은 '얼음들이 들썩'이는 겨울 끝자락 시간을 건너 '서로 몸을 비빈다는' 봄의 안쪽 소식을 먼저 잡아챈다. 어느 계절보다 즐거운 소식인 '봄 소문'에 같이 들썩대고 서성이며 봄의 '신명'이 다시 지피는 게다. '짝짓기'란 그런 중에도 새 생명을 만드는 봄의 화급한 임무 수행이니, 귀를 기울이며 마음의 응원을 보내나 보다.

사실 귀 열고 숙여 들으면 수많은 생명의 소리로 도처가 분분하다. 우선 제 몸 찢고 나오는 새싹들을 촉촉이 잡아 올리느라 봄비부터 분주한 소리를 낸다. 시인은 그것을 귀에 잘 담아서 '부뜰네 집 담장에서' '토론'하는 장면으로 '봄갈이'의 분주함을 그린다. '벚꽃도' '목련도' 그렇게 '밤새 서성'인다는데, 꽃잎이 많아 '수다쟁이'고 왠지 청승 같은 흰색 탓에 '감상쟁이'라 했다면 그들은 시인의 명명 이유를 알고나 꽃피울지.

게다가 '발정난 바람들이 산줄기를 타더라고'? '발정'이라는 도발적 표현을 바람에 가하다니, 참 잘도 갖다 붙인다고 웃을지도 모른다. '발정'이란 고양이 같은 동물들이 생명의 잔치를 벌일 때 내는 야릇한 소리와 모습을 환기하니 말이다. 하지만 빛이 날로 달라지는 산에서 바람의 빛깔과 냄새도 다르게 파고들면, 그 속에 새 생명의 약동마저 느껴지면, 감각의 싱그러운 촉발을 불러내는 이 표현이야말로 제격이 아닌가. '구름집도 시끌시끌' 덩달아 울음을 마구 풀듯.

많은 소식 중에도 고마운 것은 봄비의 알맞은 방문이다. 뭇 생명이 때맞춘 봄비의 입맞춤에서 다시 새록새록 피어날 테니 모쪼록 비가 알맞게 잘 내려주길 바란다. 그러면야 더 이상 아름다운 봄 소문이 없다고 꽃과 나무들이 금세 앞 다투어 저마다의 새봄을 터뜨릴 테니!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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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을 노래하다, 배경희 시인, 황구지천, 봄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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