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권지영 시인의 '집으로 가는 길'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3-23 18:25:00최종 업데이트 : 2018-03-23 18:25:13 작성자 :   e수원뉴스
권지영 시인의 '집으로 가는길'

권지영 시인의 '집으로 가는길'

봄이 그냥 쉽게 편히 올 리 없다. 3월에도 눈이 들이친 적 많았고, 그 바람에 꽃샘잎샘의 매운 맛을 알았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꽃망울들 마구마구 터뜨려서 온 천지 꽃대궐 차리는 게 또 봄의 위력이자 매력이다.

그런 봄의 어느 날일까. 권지영(1974~) 시인은 '꽃병에 꽂아둔 노란 프리지어' 같은 저녁 한때를 그린다. 시인은 2015년 계간 '리토피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후,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이라는 시집과 동시집 '재주 많은 내 친구'를 내는 등 활발한 창작 중이다. 동시 쓰는 발랄한 감성에 감각적인 묘사와 비유로 구사하는 참신한 언어 밀도를 평가받고 있다.

시의 배경은 '퇴근버스 안'이니 수원의 어느 저녁 길 위라 하겠다. '황혼에 물드는 시간이 다가오'는 즈음인데 시인의 상상은 즐겁게 번진다. 바로 '구름을 몰아 지상으로 운전하고 싶'다는 것! 아하 그렇게 '붉은 공기'를 '추월'해갈 수 있다면 피곤한 저녁길도 얼마나 재미날까. '브레이크 밟지 않고 추월해간 시간'들 속으로 마구 달릴 수 있다면…

'퇴근버스 안에 꽂힌 채로 서 있는 구두들'의 퇴근길. 시인이 주로 다니는 길은 '두 개의 십자가가 세워진 권선동 성당 지붕'이 보이는 노선인가 보다. 그 길에서 시인은 '가장의 숙제를' 다시 본다. 그 '숙제를 어깨에 인 채로 걷는 구름'이라는 비유로 일상 속 '가장'들의 무게를 톺아보는 것이다. 퇴근버스 안이라면 피로가 쌓여 그저 멍 때리기 쉬운데, 시인은 상상으로 그런 시간을 견디는 게다. 

'하루를 밟고 지나가'는 전철이 지나는 마을. 봄이면 더 나른한 퇴근길에 졸음이 밀려오는데 졸면서 흔들리면서 우리는 날마다 집으로 간다. 하루의 소임을 마치고 가는 반복 속에 어디선가는 내려야만 한다. 그러다 어느 날은 한 생을 내려야 하는 시간도 오리라. '다음 내리실 역은 어디일까' 이 속의 시간을 조금 늘려 들여다보면 내릴 역이란 다음 생일 수도 있겠기에.

올봄은 봄다운 봄이런가. 예년에 견주어보면 완연히 다른 봄빛으로 들레긴 한다. 특히 어렵게 잡은 한반도 평화 운전대가 그렇다. 부디 '브레이크 밟지 않고' 멀리 크게 달릴 수 있기를! 그래서 오래 기다린 사람들도 그리운 집으로 갈 수 있기를!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권지영 시인, 권선동, 집으로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