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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시인의 '한길순대'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4-06 18:10:52최종 업데이트 : 2018-04-10 11:06:48 작성자 :   e수원뉴스
 권성훈 시인의 '한길순대'

권성훈 시인의 '한길순대'

 바야흐로 만화방창의 꽃날들. 도처에서 터지는 꽃소식으로 천지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꽃들은 그렇잖아도 바쁜 현대인들을 마구 불러댄다. 꽃바람 손짓에 달뜬 사람들이 결국 일을 미루고라도 나서니 거리도 시장도 미어터지게 마련이다.

그런 한때를 그린 권성훈(1970~) 시인은 2002년 '문학과 의식' 시 등단 후, 2013년 '작가세계' 평론 신인상 당선으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시집으로 '유씨 목공소' 외 2권과 '시치료의 이론과 실제', '폭력적 타자와 분열하는 주체들', '정신분석 시인의 얼굴', '현대시 미학 산책' 등 저서에 '이렇게 읽었다―설악 무산 조오현 한글 선시' 같은 편저가 그 증좌다.

권선시장은 수원의 시장 중에서도 서민적인 먹거리로 인기가 높은 곳.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어떤 족발집은 줄을 서야 한다. 유명세 널리 탄 지동순대만큼이나 맛을 아는 사람들 발길까지 당기는 오래된 순대집도 꽤 있다는 것이다. '한길 순대'도 그 어름 어딘가에 있어 시인이 자주 찾나 보다.

하지만 시인이 만난 순대는 단순치가 않다. '저마다 검은 속내를 감추고 있는 순대같이'라고 그린 시장 골목이 실은 속내 많은 사람살이의 비유이듯. 시의 첫 줄부터 만만치 않은 함의를 품은 순대는 '입과 항문이 뱉어낸 구부러진 거리마다' 넘치니 우리네 삶의 모습도 그러하다. 게다가 '시작과 끝을 둥글게 포개는 몸피' 또한 순대의 속성이지만 그 속에 뭐가 들어있을지, 두렵고 역겨운 공포의 냄새까지 풍긴다.

그럼에도 '손발 없이 내장으로만 피어'나서 '꽉 찬 창자로 텅 빈 창자에 머물다' 가는 순대는 '욕계 한 그릇'으로 거듭난다. '피가 내장이 되고 내장이 피가 되'는 순대가 '많이 걸어 온 것들의 식사'라면 그야말로 새로운 '환생'이 아닌가. '삶은 삶이 한길에서 환생하는' 것! '삶'아낸 '삶'(생)이 '한길'(큰 길과 한 길의 중첩)에서 마주친 순대의 '환생'이라니! 절묘한 순댓집의 '도솔천' 비약에 무릎을 친다.

철학적 의미까지 짚는 시인의 순댓집 찾아 시장나들이 좀 할까. 낙화유수(落花流水) 분분한 봄날 저녁, 속 꽉 채운 순대로 텅 빈 허기 건너는 취기가 뭔 환생인가 들려주리라.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권성훈 시인, 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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