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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주 시인의 '편지'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5-09 09:08:53최종 업데이트 : 2018-05-09 09:08:53 작성자 :   e수원뉴스
우경주 시인의 '편지'

우경주 시인의 '편지'

가족을 다시 생각하는 5월. 어린이날은 주말에, 어버이날은 다음 주에 둔 오월 첫 주는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고민을 한 발 물러나서 보면 무슨 이름 붙인 날이 있어 무심히 지내던 관계에도 감정의 깊이가 생긴다. 아버지, 어머니, 아이들을 다시 돌아보고 새삼 소중해지는 마음에 더 넓게 품는 것이다.

그럴 때면 편지가 큰 역할을 하곤 했다. 남다른 편지를 그리고 있는 우경주(1956~) 시인의 '편지'에도 그런 가족 간의 깊은 마음이 풍긴다. 시인은 2013년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계들의 소풍'이라는 시집을 냈다. 미술 전공자답게 특히 그림에서 착안한 시편들이 독특한 해석으로 이어지며 남다른 시적 개성을 담보한다.

이 시는 흔히 보아온 '까막눈 할머니'의 사연을 사실적으로 그려 공감의 폭을 넓힌다. 배움에서 소외된 할머니가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그 힘으로 편지를 쓰는 과정이 따뜻하게 펼쳐진다. '열 남매 뒷바라지에 넘을 수 없던' 할머니에게 '문맹'이란 일생의 '벽'이었을 게다. 그런 한을 품은 채 자식들과 먹고살기 바빴던 할머니는 이제야 '수원 제일 평생학교에서' 자신의 벽을 넘었다.

'딴 세상의 그림이었'던 글씨를 읽고 쓰니 어딜 가도 훤해진 할머니. '은행 가서 직접 쓴 글씨로 예금하고/무릎에 앉은 손자 동화책 읽어주는 것'을 '평생소원'으로 삼았던 할머니의 변신에 덩달아 흐뭇해진다. '이름 석 자 적은 안부편지를/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식에게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할머니에게는 당연히 새 세상을 열어준 평생학교였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씨는 어쩌면 '맞춤법 틀린 글씨'. 삐뚤빼뚤 정겨운 편지를 받아들면 어느 아들 딸 손주든 감동하리라. 그렇듯 오래 묵어서 소리내는 어머니 무릎 같은 편지 앞에 엎드려 시를 쓴 시인도 여럿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어느 시골 한글반 할머니들이 시를 직접 써서 공동시집까지 묶어낸 일이다. 경험의 넓이와 깊이로 웬만한 시인들보다 진솔한 감동을 선물했으니 말이다.

할머니 편지에 많은 편지가 겹친다. 조손(祖孫)이 함께하는 세상에서 부모마저 안 계신 사람은 머나먼 마음의 편지를 받을까. 그렇게 더 오붓해지는 오월의 편지들을 생각해본다. 날로 눈부신 나무들의 신록 편지도 끼워서 읽어야 하리라. 그리운 마음 갈피에 새로운 물이 초록초록 들려니. 
시 해설 정수자시인의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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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을 노래하다, 편지, 우경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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