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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수원화성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이네
2017-11-24 17:56:29최종 업데이트 : 2017-11-24 18:25:37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동안 잠깐 눈이 오더니 시험이 끝나자 꽤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공부한 만큼, 평소 실력만큼의 결과가 나오겠지만 이는 너무 야박한 말이고 실력과 운이 작용해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입시에서 해방된 청춘들이 더 넓은 세계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할 때이다.

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시(詩)가 있다. 내가 유일하게 외우는 시이며 초서로 자주 써보는 작품이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나의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 눈 덮인 들판을 바라보면서 한번 외워보면 얼마나 운치 있는 시인가. 어떤 흔적도 없는 눈길을 처음 걷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수원화성 화서문, 서북공심돈

수원화성 화서문, 서북공심돈


수원화성 서북각루

수원화성 서북각루

첫눈이 내린 날 수원화성을 둘러봤다. 수원화성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둘러보지만 첫눈이 내린 날의 수원화성은 베일 속에 가린 뭔가를 보는 것처럼 신비롭다. 눈 덮인 수원화성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위해 수원화성 서쪽의 서북각루에서부터 동쪽으로 장안문을 거쳐 동북공심돈까지 설경속의 수원화성을 가슴에 담았다. 

수원화성 답사 출발지는 언제나 서쪽 대문인 화서문이다. 화서문 안으로 들어가 화서문 문루를 통과해 팔달산 능선으로 이어진 성벽을 따라 올라간다. 조금만 올라가도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이 오누이처럼 다정하게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눈 덮인 성가퀴 뒤로 비둘기들이 날아들어 지붕위에서 쉬고 있다. 약간의 바람에도 힘차게 나부끼는 깃발이 서릿발처럼 차게 느껴진다. 곡선으로 이어진 여장 위에 쌓인 눈은 성벽을 돋보이게 한다.
수원화성 북서포루

수원화성 북서포루

서북각루 가는 길가 야생화 단지는 눈에 덮여 있고 잎이 떨어진 나무 줄기와 소나무에도 눈이 쌓여있다. 주변의 모든 나무가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기에 소나무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也)', 논어를 읽지 않았어도 모두가 아는 명문이다.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돋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를 가자 한양의 권세가들이 모두 연을 끊었다. 추사 나이 59세인 1844년 제주도에 유배 온지 5년이 되었지만 제자인 우선 이상적은 청나라에서 진귀한 책을 구해오면 한양의 권세가들에게 주지 않고 제주도의 추사에게 가져다주었다. 권력에 아첨하지 않고 변함없는 의리를 지킨 것이다. 제자의 절개에 감복한 추사는 세한도라는 그림을 그려준다. 국보 제180호인 세한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수원화성 방화수류정

수원화성 방화수류정


수원화성 방화수류정

수원화성 방화수류정

제자의 고마움을 세한송에 비유하여 그린 그림으로 그림과 글씨가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고고한 문기를 느낄 수 있다. 이후 이상적의 손에 들어간 천하의 명작인 세한도의 행적은 책 한권으로 써도 부족할 만큼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권력의 칼날위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일화다. 눈을 보면서 소나무를 생각하고 세한송을 보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알아야 구차하게 연연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진 성가퀴 뒤로 눈 덮인 팔달산 위에 화성장대가 살짝 보인다. 서북각루에 올라 눈의 무게에 힘없이 쓰러진 억새를 보니 계절 앞에 허무하게 무너진 모습이다. 팔달산 둘레길을 통해 성 밖으로 나가 서북각루의 늠름한 모습을 바라보면 왜 이 자리에 서북각루가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간다. 성곽 시설물은 전투시설이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수원화성 건축물 하나하나가 이런 자리에 위치해 있다. 
  수원화성 연무대, 국궁체험

수원화성 연무대, 국궁체험


수원화성 동북공심돈

수원화성 동북공심돈

화서문에서 장안문 사이 북포루와 북서포루는 성 안 느티나무와 성 밖 장안공원의 고목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눈에 덮인 방화수류정과 용연의 풍광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용연을 감싼 수양버들, 방화수류정과 동북포루를 품은 용연,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할 길 없음에 평소 책을 읽지 않음을 한탄해야하는 심정이 슬프다.

동장대 옆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국궁 체험을 하고 있다. 눈이 내리고 쌀쌀한 날씨이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밝다. 이들의 표정만큼이나 우리나라의 미래도 밝았으면 좋겠다. 이 학생들이 수원화성을 답사하면서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 과연 어떤 추억으로 수원화성을 기억할지 궁금하다.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인 답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원화성, 설경, 수원여행,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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