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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을 독안에 든 쥐로 만드는 옹성
염상균의 수원이야기 47
2010-07-09 16:01:20최종 업데이트 : 2010-07-09 16:01:2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적군을 독안에 든 쥐로 만드는 옹성_1
창룡문 옹성
 

수원화성의 사대문은 문 밖을 둥그렇게 에워싼 옹성(甕城) 때문에 웅장해 보일 뿐만 아니라 단단해 보이기까지 한다. 더구나 둥그런 모습의 옹성이 밖에서 보면 검은 색의 벽돌로 이루어져서 그 시각적 효과까지 더해지므로 난공불락의 요새로 보인다.

모든 성문에 옹성을 쌓자

옹성은 성문을 지키기 위하여 성문 밖에 쌓은 작은 성을 말하는데 그 모습은 여러 가지이다. 
우선 화성의 예를 보더라도 장안문과 팔달문의 옹성은 옹기를 반으로 자른 것과 같은 반원형 중앙에 옹성문을 달았고, 창룡문과 화서문의 경우에는 반원형이지만 옹성의 오른쪽을 터놓아 문으로 삼았다. 
물론 장안문과 팔달문은 문루도 2층이고 규모도 크거니와 옹성도 거대하고, 창룡문, 화서문은 1층 문루에 옹성의 규모도 작기 때문에 차별을 두었을 것이다. 

적군을 독안에 든 쥐로 만드는 옹성_2
고창읍성 옹성
 

그러나 성문을 둥그렇게 에워 쌓지 않았다고 해서 옹성이 아닌 것은 아니다. 옹성은 성문을 밖으로부터 가리려는 데에 그 목적을 두므로 지형지세나 형편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 '一'자 모습으로도 하고, 'ㄱ'자 형태로도 만드는 등 다양한 옹성이 나온다. 

형태가 어떻든 옹성 때문에 성문의 방어력은 상당히 높아진다. 군사를 성문 밖인 옹성 위에 전진 배치하기 때문에 적들이 성문을 쉽게 공략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적들이 굵고 긴 통나무 등으로 성문을 부수려고 할 때 옹성은 성문을 옹호(擁護)해 주는 효과를 지닌다. 아니, 용케 통나무를 옹성 안에까지 가지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공간이 좁아서 성문을 깨트리지 못하게 된다. 먼 곳에서부터 도움닫기 한 힘으로 들이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령 적들이 옹성 안에 들어와 갖은 방법으로 공성하려 한다면 이는 '독안에 든 쥐' 꼴이 되기 십상이어서 불리하기 이를 데 없다.

장안문과 팔달문의 옹성은 자신감의 표현

그런데 장안문과 팔달문의 옹성문은 성문과 같은 방향에 놓였으니 큰 문제가 아닌가? 아무리'사방으로 열리고 팔방으로 통한다.'고 하여도, 옹성문을 들이치고 그 힘으로 곧장 성문까지 들이치면 어쩔 셈인가?
바로 여기에 고도의 작전이 숨었다. 문이 열린 집은 들어가기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문이 열렸다는 것은 대개의 경우 집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둑이나 그 집을 위해할 목적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집 문이 꽁꽁 잠긴 경우가 더 편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성의 남, 북옹성의 문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들어오려면 들어와 봐라, 우리는 자신 있다. 너희가 감히 들어오겠느냐.' 하는 식이다.

그러나 아주 자신감에 사로잡힌 것도 아니어서 불안한 마음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장안문과 팔달문의 좌우에 적대(敵臺)를 두었다. 
성문은 성을 지키고 옹성과 옹성문은 성문을 지키며, 좌우의 적대들은 옹성과 옹성문을 지켜주는 셈이니, 높은 수준의 심리 작전과 양파처럼 점진적이면서 실제적인 군사 작전 모두를 구사하는 것이다.

적군을 독안에 든 쥐로 만드는 옹성_3
화서문의 옹성 안 모습
 

옹성 없는 성은 쓸모없는 성이다
옹성의 중요성과 그 방어력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옹성을 제도화 하고 실천하기까지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였다. 
특히 조선조에 들어와 벌어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에서 옹성의 필요성은 부각되었다. 더구나 산지가 아닌 평지에 세운 읍성이나 도성의 문에서 옹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효과적이지 못해 치욕을 당한 것이다.

"성을 쌓는 데에는 터를 튼튼하게 쌓는 것 만한 것이 없고, 터가 튼튼한 후에야 그 나머지에 미칠 수 있다. 또 성이면서 치(雉)가 없으면 이것은 쓸모없는 성이요, 문에 옹성이 없으면 또한 쓸모없는 성이니 치와 옹성은 하나도 빠뜨릴 수 없다. 혹 바라볼 때의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지키는 데에도 도움 되는 바가 없지 않다. 대개 누첩(樓堞)의 웅장하고 미려함은 선인들의, 적의 기세를 빼앗기 위한 방법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나는 장려함이 귀한 것이 아니라 견고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정조 임금이 한 말이다.

적군을 독안에 든 쥐로 만드는 옹성_4
장안문 옹성 위의 용도(甬道)
 

옹성의 생김생김

사대문의 옹성은 성문 공사를 다 마치고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다음에 옹성 공사를 시작한다. 아마도 처음에는 계획이 없다가 추가한 것으로 여겨진다. 북옹성과 남옹성은 화강암 기초에 안팎을 모두 벽돌로 쌓았고, 동, 서옹성은 역시 화강암 기초에 옹성 안은 돌로, 밖은 벽돌로 쌓았다. 

벽돌로 쌓은 옹성 외벽에는 현안을 두어 적의 동정을 살피거나 공격하는 데에 유리하게 하였고, 남, 북 옹성에는 '凸'형 여장을 두어 정예화 된 군사가 옹성 위 용도(甬道)를 오가며 지키게 된다. 이 '凸'형 여장은 적을 향해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의 여장이므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 
또한 옹성의 높이는 성문루의 높이보다 낮게 만들었다. 장수가 적의 동향을 보고 지휘하기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동, 서옹성의 경우도 문루보다 낮지만 여장은 평여장을 둘러 남,북옹성과 차별하였다. 

조연의 희생이 주연을 빛나게 한다

화성의 옹성들은 성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높이기 위하여 건설된다. 
이를 위해 이전의 제도를 참고하여 합리적인 결과를 끌어내었고 그 설치 과정에 있어서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담았다. 현안과 오성지의 설치도 그 중 하나라고 할 것이고, 적절한 공사 자재의 사용이나 옹성의 규모, 생김새와 여장에 이르기까지, 온갖 정성을 기울인 역작이다. 

그러나 성문 앞에 둘렀으면서도 성문의 그늘에 들어서 옹성의 중요성만큼 큰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는 화성의 성문들을 더욱 빛내는 옹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조연 배우의 몸을 던지는 희생으로 주연 배우가 빛을 발하는 것처럼.
염상균/(사)화성연구회 사무처장, 답사 전문가

염상균, 화성, 장안문, 화서문, 창룡문, 고창읍성, 용도, 옹성,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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