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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은 천주교의 순례 성지?
염상균의 수원이야기48-화성의 아름다운 문양들
2010-07-19 13:46:17최종 업데이트 : 2010-07-19 13:46:1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구름 위에 지은 집

수원화성은 천주교의 순례 성지?_1
동장대 뒤로 보이는 영롱장과 문석대-수원시 이용창 사진


동장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을 밟아야 하는데 그 계단의 양쪽 소맷돌 바깥 면에 무늬가 베풀어졌다. 창공에 뜬 듯한 구름무늬가 그것이다. 운각대우석(雲刻大隅石)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구름무늬를 새긴 큰 귓돌'이라는 뜻일 터이고 일명 모로대(毛老臺)라고 부른다고도 적었다.

자칫 불안하게 보일 돌층계의 양옆을 아름답게 처리한 것이 소맷돌이다. 여기에 구름무늬를 새긴 뜻은 이 계단을 오르면 천상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구름 위의 집, 운상각(雲上閣)을 나타내니 건물치고는 꽤 격이 높은 셈이다. 운상각에 올라 군사를 부르고 지휘하면 그 위엄이 대단했겠다. 또한 아무나 오르지 말라는 메시지이다. 게다가 이 소맷돌이 시작되는 아랫부분에는 북을 둥그렇게 새겨놓았다.

북을 형상화시킨 것은 왕조의 영원을 나타낸다. 옛날 전쟁에서는 '명고성이진(鳴鼓聲而進)이요, 명금성이퇴(鳴金聲而退)'라고 해서 북소리를 들으면 전진하고 꽹과리나 징의 소리를 들으면 후퇴하는 방법을 썼다.
소맷돌에 북 모양을 나타낸 것은 나라와 왕조가 영원히 전진한다는 상징이다. 혹은 전진하겠다는 염원이리라. 그래서 왕릉들의 소맷돌에도 새겼는데 돌로 만든 북일지언정 둥둥 울리며 계속 전진하고픈 마음이었다.

화성에서 이렇게 구름무늬를 새겨 넣은 소맷돌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행궁의 정당인 봉수당의 소맷돌과 낙남헌의 소맷돌, 융릉 정자각의 소맷돌과 용주사 대웅전의 소맷돌에서도 구름을 만난다. 모두 격조 높은 건물, 천상의 집이라는 상징성이 작용한 결과라고 하겠다. 

영롱한 모습의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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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대 소맷돌

 
동장대의 두 번째 무늬는 대의 뒤에서 만나야 한다. 장대의 뒤와 성벽과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서 그냥 내버려두면 뒤가 허전해진다. 
당시의 사람들이 이를 놓치겠는가. 성벽과 동장대 사이에 높지 않은 담장을 둘렀다. 더구나 성벽과 동장대 사이는 높낮이가 차이나서 이를 해결해야 하였다. 그래서 축대를 쌓고 축대 위에는 별도의 무늬 기와를 구워서 장식하였다. 전통의 방법에서는 이 후원에 꽃나무들을 심어서 장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동장대는 사삿집도 아니고 궁궐도 아닌 군사 시설물, 그것도 장수의 지휘소이자 군사들의 조련장이다. 꽃나무들을 심어서 장식하는 대신 이곳에 아름다운 담장을 둘렀다. 결코 화려하지는 않은 담장이다. 
이로써 동장대의 후원은 안정감을 찾았다. 이름은 영롱장(玲瓏墻). '영롱'이 '빛이 맑고 산뜻함'을 나타내고, '옥의 맑은 소리'를 뜻하는가 하면, '옥이 조각된 모양'을 표현하는데 쓰는 말이니 아름다운 담장으로서 손색이 없는 이름이다.

반원형의 기와처럼 만든 전돌을 줄지어 잦혀놓고 다시 그 위 가운데에 한쪽 끝이 오도록 줄지어 엎어나가고, 이를 또다시 반복하면서 쌓아 올라가면 멋진 무늬가 만들어진다. 뒷면에서 회로 고정시키고 벽돌을 쌓아 마감하면 튼튼함도 아울러 지니게 된다.

자연미 넘치는 축대

동장대에서 만나는 세 번째 무늬는 문석대(紋石臺)이다. 돌무늬 축대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자연석을 위로 아래로 잇대어서 쌓는 방법인데 돌과 돌의 면이 서로 밀착되도록 가공해서 무늬를 놓았다. 이는 영롱장을 받치기 위한 축대였다. 힘들여 가공해서 쌓았으면서도 천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끔 했던 축대지만 지금은 없다. 

우선 영롱장의 무늬는 둥그런 원형의 옛 법식과 달리 기다란 타원형이 되고 말았다. 이는 기와 모양의 전돌이 아래위에서 서로 만날 때 전돌 2장의 두께를 계산해서 빼내고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그냥 반원형으로 만들어서 쌓았기 때문에 생긴 실수다. 좀더 면밀히 검토하고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창경궁 뒤뜰 담장에서도 영롱장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영롱장의 실수는 아쉬울지언정 귀엽기라도 하다. 그러나 문석대의 실수는 정말 너무했다. 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떨쳐낸 자리에 네모반듯한 화강석 축대를 쌓은 것이다. 군인들의 반듯반듯한 행렬을 나타내기라도 하듯이 하였는데 이 또한 시대가 낳은 결과라면 슬픈 일이다.

꽃담을 만나는 곳-천주교  十자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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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 꽃담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화수류정에는 그 아름다움을 구성하는데 한몫을 하는 것이 벽돌벽이다. 누마루 아래 서쪽 벽이 그것인데, 전돌로 쌓은 사이사이를 十자형으로 비워 삼화토로 바른 꽃담이다. 회흑색의 전돌과 흰 삼화토의 색이 조화를 잘 이루어 十자 무늬와 어우러져 특이한 멋을 낸다. 또 면이 고른 전돌의 표면과 거칠거칠한 삼화토의 면이 좋은 대비를 이루면서 아름다움을 뽐낸다. 방화수류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구성이다. 해질 무렵 화홍문 쪽에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十자 무늬를 두고 당시 조선에 들어온 천주교와 연관시키려는 사람들도 많다. 화성성역의 총리대신이 남인인 채제공이었고, 정약용 또한 남인이면서 천주교를 신봉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또 남인들에 의해 천주교의 세력이 넓어졌는데 화성 성역에 남인들의 참여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십자가를 연상하는 十자 무늬를 연속해서 베풀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벽의 꽃담은  세계적인 천주교 성지가 되어야 하고 순례지가 되어야 한다. 

한 조각 작은 구름 아래로 떨어지는 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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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홍문 석루조


북수문인 화홍문 일곱 수문 밖의 정수리마다 돌물받이(석루조石漏槽)가 하나씩 박혔다. 
장안문에도 팔달문에도 창룡문 화서문에도 보인다. 이는 지붕 안으로 들이친 빗물을 밖으로 흘려보내는 통로이다.

그런데 이 돌물받이 양 옆에 한 조각씩의 구름을 또 새겨 넣었다. 앙증맞으면서도 예쁜 장식이다. 그리고 기능으로서도 제 역할을 다한다. 
이런 석루조 대신 빗물을 흘려보내는 구멍만 뚫어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구멍만 뚫어서 들이친 빗물을 흘려보낸다면 석축에 물때가 끼고 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남는다. 
이렇게 되면 각 시설물들이 꾀죄죄하게 되고 그러면 적들이 얕잡아보게 된다.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더욱 지저분해 지는 것인데 이렇게 물받이를 만들어 놓으니 오래 되어도 깨끗하면서 아름다운 것이다. 게다가 구름 한 조각으로 하늘을 상징했으니 더욱 귀엽다. 

화성의 무늬들은 자세히 보는 사람들의 눈에만 보인다. 그래서 더욱 화성을 자세히 읽어야 하는 것이다. 무늬들에 나타난 아름다움과 그 의미를, 현대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편성할 사람 누구 없을까.   
염상균/(사)화성연구회 사무처장, 답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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