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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또 다른 자랑거리 암문(暗門)
염상균의 수원이야기 37
2010-04-30 10:25:07최종 업데이트 : 2010-04-30 10:25:0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화성의 또 다른 자랑거리 암문(暗門)_1
용도에서 본 서남암문
 

암문이란 무엇인가

암문은 성문과 성문 사이의 문, 즉 사잇문을 말한다. 암(暗) 자가 어둠, 어둡다, 밤, 몰래, 보이지 아니하다, 깊숙하다, 그윽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것처럼 암문은 겉으로 드러난 문이 아니고 감추어진 문이다. 적군들 모르게 아군들만 다니는 비밀통로인 것이다.

옛날 제도에는 암문을 후미진 곳에 두어서 적들이 그 길을 알지 못하도록 하고, 사람, 가축, 수레, 양식은 모두 이 문을 통하여 성안으로 들여온다고 했다. 그러다가 위험한 일이 닥치면 흙과 돌로 문을 막아서 통로를 폐쇄하여 성과 같게 하는데, 이렇게 임기응변으로 대비하는 것이 암문의 제도였다.

4대문과 같은 성문들은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지만 암문은 그렇지 않다. 성이 위험해졌을 때 이 암문을 통해 전령을 보내고, 증원군을 받으며 비상식량을 공급받기도 한다. 
암문은 그러나 전쟁 때의 고립 등 위험 상황에 대비하여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보다 큰 목표는 백성들의 보호에 두었다. 전쟁이 벌어져서 대피할 때도 요긴하게 사용하지만 전쟁은 늘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에 논밭으로 일하러 가거나 성 밖으로 외출할 때 일일이 성문을 통과하기란 사실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요소요소에 베풀어진 암문을 통과하면 아주 편리하다. 
물론 암문에도 군사들이 번을 서겠지만 집 근처이므로 자주 드나드는 암문은 아무래도 편할 수밖에 없다.

화성의 다섯 암문

화성의 또 다른 자랑거리 암문(暗門)_2
아이디어가 특별한 서암문
 
화성에는 다섯 개의 암문을 두었는데 지금은 네 개만이 남았다. 
지금 그 자취를 볼 수 없는 남암문의 위치는 팔달문 동쪽 약 95미터 되는 곳이었다. 성벽에다 돌로 무지개 문을 설치하였는데 제도는 정문과 같으나 약간 작게 하였다.
문의 너비는 3보(약 3.6미터), 문 위에는 덮개판을 대고 판 위에는 회를 더 붙여서 성안과 밖에 여장을 쌓았다. 문루는 세우지 않고 다만 흙을 채우고 잔디를 덮어 성 위의 길과 통하게 하였고, 문짝 안은 쇠빗장을 설치하여 정문과 같게 하였다.

남암문이 완성된 것이 을묘년(1795) 2월 23일인데 다섯 암문 가운데 가장 먼저 이루어진 것이다. 
문의 너비도 다섯 암문 중에서 가장 넓었는데 옛 어른들의 증언에 의하면 남암문은 시구문(屍柩門)이라고 한다. 그래서 상여가 통과할 만큼의 너비와 크기를 지닌 것이리라. 그러나 지금은 볼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동암문은 동장대에서 서쪽으로 약 200미터 간 곳에 놓였는데 문의 너비가 약 1.8미터이다. 벽돌로 안과 밖의 홍예를 만들어 말 한 필이 지나가도록 하였다. 이는 성이 긴박해졌을 때 동장대 장수의 지휘를 받은 말 탄 전령이 성 밖으로 급하게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다.

화성의 또 다른 자랑거리 암문(暗門)_3
벽돌성 중간의 북암문
 
북암문은 화성의 유일한 벽돌성 중간에 자리하였다. 벽돌성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곳에 쌓았는데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일컬어지는 방화수류정과 화홍문, 용연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다. 검은색의 벽돌이 주는 느낌은 장중하면서 묵직한 것인데 당시로서는 이국적인 모습이었으리라. 북암문의 너비가 1보라고 했으니 1.2미터이다.

방화수류정을 성 밖에서 바라보면 화려한 정자와 든든한 벽돌성의 조화가 일품이다. 게다가 다섯 암문 중 가장 작으면서도 아름다운 북암문이 수줍은 듯 끼어서 더욱 보기 좋다. 또한 화성의 암문들 가운데 지금까지도 사람의 출입이 가장 많은 암문이다.

서암문은 서장대의 남쪽 약 53미터 되는 곳, 팔달산의 남북 능선 사이에 만들었다. 능선 남쪽에서 올라온 성벽을 밖으로 벌려 내밀고 북쪽에서 내려온 성벽은 조금 안으로 욱여 밀어서 얻어진 틈에 암문을 달았는데 북쪽을 향한다. 슬며시 한 구비 돌아간 곳에 만들어서 코앞에 다가가기 전까지는 성 밖에서 보면 문이 있는지 모른다. 
화성의 총지휘소인 서장대 바로 옆이니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였다. 그래서 산 속에 만들면서 비밀통로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만약 이 서암문이 위험에 빠지면 돌덩이 몇 개 정도로 간단히 폐쇄하기도 쉬운 구조를 지녔다. 문밖을 나서면 짙은 소나무 향기가 물씬 다가와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암문이다.

화성의 또 다른 자랑거리 암문(暗門)_4
동장대 옆 동암문
  
서남암문은 다섯 암문 중에서 맨 나중에 건설된다. 
팔달문의 서쪽에서 산을 타고 올라온 성벽이 서장대로부터 능선을 타고 내려온 성벽과 만나는 지점이다. 이곳은 용도가 실지로 시작되는 곳이면서 화양루(서남각루)로 가는 통로가 된다. 언뜻 보면 용도 때문에 암문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까 우려되지만 바로 이점이 적의 의표를 찌르는 전략이다. 
길게 뻗은 용도에는 많은 군사가 진을 친다. 용도는 또 성벽 없이 양쪽의 여장만으로 이루어졌다. 급할 경우에 아군은 여장을 훌쩍 뛰어넘어 드나들지만 적군은 그렇지 못하다. 적군이 용도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독 안에 든 쥐' 꼴이 된다. 
더구나 서남암문의 위에는 서남포사를 두어서 멀리까지 바라보기 때문에 군졸을 세워서 경보를 알리기에 알맞게 되었다. 이 서남포사가 또한 서남암문을 감추어주는 역할도 하면서 온돌까지 놓아 숙직 군사가 머무르기도 하니 서남암문은 이래저래 든든한 암문이다.

제각각의 다섯 생김새

다섯 암문의 생김새는 모두 다르다. 후미진 곳이지만 성벽을 뚫어내 평범하게 만든 남암문과 성벽을 양쪽에서 휘어 들여 벽돌로 쌓은 다음 문을 단 동암문, 아예 벽돌로 만든 성의 중간에 문을 낸 북암문. 성벽과 성벽을 벌려 쌓고 그 사이에 문을 낸 서암문, 서성과 남성이 거의 직각으로 만나는 곳이면서 용도가 시작되는 곳에 만든 서남암문. 모양도 각각 다르고 크기도 다른(동암문과 서남암문의 너비만 같다) 
독창적인 암문을 서로 경쟁이라도 하려는 듯이 만들어 세웠다. 적당한 위치에 숨었으면서도 제 역할을 다할 것 같은 암문들은 그래서 앙증맞고 귀엽기까지 하다.

암문은 은밀한 문이자 긴요한 문이고 후미진 곳에 숨어서 제 모습을 잘 드러내지도 않는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산소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남녀 사이의 사랑과도 같은 의미를 지녔다. 사랑이 없는 사람의 정서가 메마르기 마련인 것처럼 암문이 없는 성은 불안한 성이 된다. 
그런 암문들을 필요한 곳마다 요소에 배치하였으니 화성의 자랑으로 삼을 만하다. 화성의 암문들은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로 쓰면 어떨까?
염상균/(사)화성연구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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