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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닮은 화성에 잎자루를 달자
염상균의 수원이야기 / 20
2009-12-28 15:54:34최종 업데이트 : 2009-12-28 15:54:3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나뭇잎 닮은 화성에 잎자루를 달자_1
화성성역의궤-왼쪽 위에 용도와 화양루가 보인다

화성의 남문인 팔달문에서 서쪽으로 성을 따라 팔달산에 오른다. 가파른 산길과 계단으로 인해 다리도 아프고 땀도 흐른다. 평소에 운동을 한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지 금방 구별되는 산길이다. 
홍난파 노래비를 지나고도 산길은 더 이어진다. 어느덧 계단이 끝나고 성은 꺾어져 산세를 따라 북쪽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에 작은 문이 하나 보인다. 바로 서남암문이다. 문 위에는 한 칸 구들방의 포사(서남포사西南鋪舍)를 설치하였다. 

암문(暗門)은 적군들 모르게 통행하는 비밀 통로를 일컫는데 서남암문 밖에도 성이 둘러쳐졌다. 아니, 성이라기보다는 성 위에 두른 여장만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사람 키보다 낮아서 여차하면 뛰어넘을 수도 있는 높이이다. 이 양쪽의 낮은 성 사이로 난 골목길을 용도(甬道)라고 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에도 성벽 위에 군사가 다니는 길을 만들었는데 이 또한 용도라고 부른다. 

축성의 반짝 아이디어인 용도
  
나뭇잎 닮은 화성에 잎자루를 달자_2
서남암문에서 바라본 용도 모습

용도는 왜 만들었을까? 팔달산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정상 부근의 능선도 길게 이어진다. 팔달산의  능선에서 산의 동쪽을 모두 둘러 성을 쌓으면 좋겠지만 성이 너무 커지는 폐단이 있고 경비도 많이 들게 된다. 그러나 남북 능선은 모두 성으로 감싸야 한다. 
능선의 일부를 남긴 채 성을 쌓으면 적들이 성을 공략하기 좋게 된다. 경비도 절약하면서 적들을 제압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화성의 건축가들은 훌륭하게 잡아낸다. 
이것이 바로 서남암문을 나서서 200여 미터 용도로 이어지고 용도 끝에 화양루(華陽樓)를 건설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용도가 길게 이어지는 까닭에 양쪽의 중간을 돌출 시켜 작은 치성들을 만들었다. 용도를 이루는 여장이 낮기 때문에 적들이 쉽게 넘어올 수 있으므로 용도 밖을 감시하려고 한 것이다. 아무리 낮은 담장이라고 하더라도 적들은 쉽게 이 용도 안으로 넘어오지 못한다. 
왜냐하면 용도 안에 얼마나 많은 군사들이 어떻게 포진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군들은 긴급할 때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래야만이 암문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도 불안하니까 서남암문 위에 포사를 짓고 구들 들인 방을 만들어 숙직 군사가 교대로 쉬면서 번을 서게 하였다. 

나뭇잎 닮은 화성에 잎자루를 달자_3
서남암문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으로 옮겨 오면서 시작된 새수원의 건설은 17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흐른 1794년 새해 벽두 화성의 건설이 시작된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성을 쌓으려는 예정선 밖으로 밀려날 민가가 많았던 것이다. 이제 지은 지 5년밖에 안 되는 새집들이 아닌가. 여기에 정조의 현명한 판단이 백성들을 감동시킨다. 

"새수원의 옛 이름이 버드내(유천柳川)이니, 성을 세 번 구부렸다 펴면 내 천(川) 자를 상징하고 성의 남북이 길쭉한 꼴이 되니 버들잎을 형상화하지 않겠는가."

정조임금의 말이다. 성벽을 밖으로 돌려 성 밖으로 밀려 날 백성들을 성 안으로 포용하면서 수원의 옛이름에 맞는 성을 쌓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래서 화성의 전체 모습은 나뭇잎을 닮았다. 성 안 여러 갈래의 길들이 잎맥을 나타낸다면, 서남암문에서 팔달산 남쪽 능선으로 뻗어 내려간 용도는 잎자루에 해당한다. 
게다가 용도의 끝 부분을 넓혀서 화양루라는 서남각루를 만들었다. 각루는 방화수류정처럼 지세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올라간 곳에 설치하는 방어시설이다. 잎자루 끝이 나뭇가지에 달라붙기 위해 약간 넓어지듯이 용도 끝을 넓혀 공간을 만들고 여기에 각루를 지었다.

화성의 자양분 통로
나뭇잎의 잎자루는 가지와 잎의 연결고리이면서 자양분의 통로이다. 
나뭇잎을 닮은 화성의 잎자루인 용도는 팔달산 고인돌과 바짝 붙었다. 즉 화양루 밖 남쪽 산 아래에 4기의 고인돌이 보인다. 형태는 많이 변형되었지만 돌칼과 청동검 등이 출토된 엄연한 고인돌이다. 고인돌 아래엔 이미 1789년에 향교를 옮겨지었다. 그렇다면 혹시 향교나 고인돌에서 영양분을 공급 받아 화성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맡은 것이 용도가 아닐까?

나뭇잎 닮은 화성에 잎자루를 달자_4
용도 끝의 화양루-서남각루

용도와 화양루는 막바지에 건설된다. 1796년 9월 10일 화성의 모든 공사가 끝나는데 용도를 완성한 것은 9월 7일이다. 그러니까 나뭇잎 성을 거의 완성해 놓고 잎자루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서남암문을 통하여 용도로 나서면 마음이 안정되면서 푸근해진다. 팔달산에 오르느라고 흘린 땀은 용도를 거닐기만 하여도 충분히 보상된다. 
또 누가 알랴. 용도를 거니는 순간 우리네 몸에도 자양분이 공급될는지.   
염상균 / (사)화성연구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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