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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 아래 파고들어온 칼을 보았다
[연재소설 246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9-13 14:07:45최종 업데이트 : 2010-09-13 14:07:45 작성자 :   e수원뉴스
자신의 목 아래 파고들어온 칼을 보았다_1
그림/김호영


  "풀어주시지요."
  심환지가 강희를 보았다. 노살이 그런 그를 보았다.
  "풀어주거라."
  노살이 멈칫했다. 주슬해가 심환지를 보았다. 심환지도 그를 보았다. 심환지가 말했다.
  "풀어주래두!"  노살이 더는 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강희의 몸을 옭아맨 줄을 풀어냈다. 주슬해는 선 채 강희가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을 보았다. 주슬해가 강희에게 말했다. 

  "가!"
  강희가 주슬해를 보았다.
  "가! 멀리 가!"  강희는 움직이지 않았다. 심환지가 강희에게 말했다.
  "감동했느냐? 하여 함께 가려 하는 것이냐?"
  주슬해의 얼굴에 분노가 설핏 떠올랐다. 주슬해가 다시 소리쳤다.
  "가! 멀리 가!!"

  강희가 뒤로 한 걸음 움직였다. 
  그때였다. 그림자도 없이 텅 비었던 훈련터에, 오직 주슬해와 노살, 심환지만 있던 화살터에, 그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아무도 없던 이곳에, 갑자기 일단의 사내들이 나타났다. 사내들은 순식간에 강희와 주슬해를 포위해 섰다.  

  심환지는 주슬해를 보았다. 그의 얼굴에 담겨지는 표정을 읽기 위하여. 순간 심환지는 알 수 없는 서늘한 소름 한 줄기가 스치는 것을 느꼈다. 
  주슬해에게는 당황의 빛이 없었다.
  그런 표정은 이런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세상 모든 것에 도통하였거나, 그것도 아니면 세상의 욕망을 버려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노살이 심환지를 보았다. 심환지가 한 손을 들어 더는 행동하지 말라 말하였다. 심환지는 주슬해의 반응을 기다렸다. 
  주슬해가 말했다.
  "무엇입니까?"
  "오해하지 말거라."
  "무엇입니까?"
  "혹여 다른 일을 예방하는 것일 뿐이다."
  주슬해의 얼굴에 냉소가 떠올랐다. 

  "칼을 버려라."  
  "버릴 수 없습니다."  
  "칼을 버린다면 네 충심을 믿겠다."
  주슬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주슬해는 그대로 서 있었다. 
  
  심환지는 강희를 살피는 주슬해의 눈빛을 보았다.
  "모르겠느냐? 이제 다 끝났다."

  그때였다. 주슬해가 손에 들고 있던 보자기를 놓고 소매 속에서 두 개의 표창을 심환지 뒤에 선 사내들에게 날리고는 심환지를 향해 날아왔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심환지가 한꺼번에 본 것을 순서대로 서술한 것이었을 뿐, 그의 눈에는 이 세 가지 동작이 동시에 일어난 하나의 동작으로 보였고, 느껴졌다. 

  심환지는 자신의 목 아래를 파고들어온 칼을 보았다. 심환지는 그 찰라의 순간에 주슬해의 포로가 되어있었다.
  "대감마님!"
  동시에 노살의 비명이 터졌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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