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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것은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연재소설 248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9-15 10:25:54최종 업데이트 : 2010-09-15 10:25:54 작성자 :   e수원뉴스
확실한 것은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_1
그림/김호영


  강희는 오래도록 산 위에 앉아 묘적사를 내려다보던 어느 날 밤을 떠올렸다. 그의 시선에서 햇살 속에 선명했다가, 사위어가는 빛 속에서 묽어지다가, 종내는 검은 선으로 남았던 묘적사의 그날 밤을 떠올렸다.  
  그날, 강희는 주슬해에게 사랑 고백을 받았었다. 

  마음은 이미 이태에게 가 있었는데, 그의 고백은 그를 힘들게 했다. 현의와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한 죄책감도 그를 괴롭게 했다. 사랑하는 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 법이었다. 

  그런데 지금, 강희는 숨어든 수채 구멍 속에서 다시 그때의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그때 느꼈던 고통보다는 천 배나 강한 고통 속에 있었다. 종잡을 수 없어서, 주슬해를 이해할 수 없어서, 그리고 상황의 진실을 알 수 없어서 강희는 괴로웠다. 

  아니다. 확실한 것은 있었다. 주슬해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스승을 배신하고 이태를 배신하고 묘적사의 식구들을 배신했다 해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해도 그런 주슬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여겨졌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목숨을 걸 리 없었다.
  '아 어찌 해야 하는가........'
  강희가 더러운 수채 구멍 안에서 몸부림 쳤다.
  '스승은 어찌 되었는가........'
  강희가 수채 구멍 오물 속에서 괴로워 눈물 흘렸다.
  '주슬해는 어찌 되었는가.'
  어쩔 수 없이 주슬해의 걱정에 격심한 갈등에 휩싸였다.
  '이태에게 가야 한다.'
  하나의 생각이 그녀를 일으켰다.
  칠흑 같은 밤이었다. 강희는 고문에 다치고 먹지 못해 상한 몸을 마음 하나로 다스려 움직였다. 주슬해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강희가 수채 구멍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강희는 다시 수채 구멍 안으로 제 몸을 끌어당겼다.
  삭삭삭, 가벼운 발걸음 소리였다. 소리들이 수채 구멍 앞에서 멈추었다. 강희는 숨을 죽였다. 

  "없어?"
  "예, 없습니다."
  강희는 본능적으로 그들이 자신을 쫓는 심환지가 보낸 사내들이라는 걸 직감했다.
  "저 아래를 살펴 봐."
  강희의 심장이 멎는 듯 긴장했다. 강희가 수채 구멍 안을 향해 엉덩이를 뒤로 움직여 들어갔다. 사내들의 온기가 수채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강희는 숨을 멈추었다. 그녀에게는 무기가 없었다. 

  '어찌해야 하는가.'
  좁은 구멍 안으로는 한 명씩 밖에 들어오지 못한다. 그것도 움츠린 채, 앉은걸음으로 한 놈씩 급소 공격으로 절명시킬 수 있었지만 나오지 않는 사람을 밖의 사내들은 틀림없이 의심할 것이었다. 강희는 마음을 비우고 기다렸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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