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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토사구팽 당할 것
[연재소설 250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9-17 10:02:08최종 업데이트 : 2010-09-17 10:02:08 작성자 :   e수원뉴스

 결국 토사구팽 당할 것_1
그림/김호영

 주슬해는 서장대에 있는 이태의 명을 받기 위해 달려간 것이라 생각했다. 
 나의 존재는 이제 그들에게 아군이 아닌 적이 되었을 것이다. 주슬해는 장안문의 누각을 올려다보았다. 배롱불 빛을 받은 단청된 누각의 서까래들의 가지런한 줄이 단정했고 아름다웠다.   

  그때 닫힌 장안문 빗장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에 긴장하며 굳어졌던 몸도 주슬해는 기억했다.
  나온 사람은 김춘득이었다. 김춘득은 그를 포박했다. 다행히 이태는 화성에 없었다. 

  그래서였다. 그가 화성을 다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태 없는 화성의 김춘득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화성유수 서유린 없는 화성의 군사들 또한 주슬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주슬해는 자신의 결백을 거짓으로 증명한 뒤 성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를 성에서 빠져나오게 한 건 노살과 심환지에 대한 의심이었다. 그들에 대한 불신이, 자신은 결국 토사구팽 당할 것이라는 불안이 그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그는 그들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실험은 결국 진실을 드러낼 것이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그에 대한 책임은 질 각오는 되어있었다. 

  그런데, 그의 의심은 사실이었다. 그들은 그도 강희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격심한 자괴감이 엄습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은 강희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되었다. 강희에 대한 사랑을 두고 질투하고 절망하여 끝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어갔다.

  '이제 사랑하는 강희의 마지막 목숨을 구한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가?'
  사랑 때문에 배신하고 결국 사랑을 위해 마지막 결정을 내렸음에도 그의 마음은 참담했다.
  주슬해는 그 참담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 머리채를 흔들었다. 지금은 오직 강희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싶었다. 오직 하나, 강희만을 붙잡고 싶었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밤이 깊은 한양의 밤거리에 인적은 드물었다. 주슬해는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청계천을 따라 동쪽 흥인지문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움직였을 때였다. 청계천에서 지류로 연결되는 한 곳에서 평범을 넘어선 사람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주슬해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자신과 강희를 쫓는 심환지가 보낸 사내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내들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도록 주슬해는 몸을 숨긴 채 소리 없이 움직였다.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가 있어?"
  "잘 안 보이는데요?"
  사내들은 수채 구멍 안에 대고 소리치고 있었고 눌린 사내의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없으면 나와."
  "아, 잠깐!"  사내의 목소리가 멈추었다.
  "뭐야?"
  주슬해의 몸이 사내들을 향해 난 것은 그때였다. 주슬해의 손은 정확하게 사내의 뒷목 급소를 강타했다.
  "뭐예요?"
  쓰러지는 사내 위로 보이지 않는 사내의 눌린 소리가 들렸다. 스슥, 칼 빼지는 소리가 강희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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