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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돌아 오거라...내 기다릴 것이다
[연재소설 251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9-27 10:37:18최종 업데이트 : 2010-09-27 10:37:18 작성자 :   e수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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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묻는다


  정조 임금의 장례가 끝이 났다.
  정조는 서유린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천하의 흉지 강무당 터에 안장됐다. 정조의 비문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졌다. 

  '정종 문성 무열 성인 장효 대왕(正宗文成武烈聖仁莊孝大王)은 숭정(崇禎) 기원 후 125년인 임신년 9월 22일 탄생하였다. 기묘년에 왕세손(王世孫)에 책봉되었고 을미년부터 대리 청정하다가 병신년에 즉위하였으며 경신년 6월 28일에 승하하여 11월 6일에 화성(華城) 현륭원(顯隆園) 동편 둘째 산등성이 해좌(亥坐) 언덕에 장사했다.......' 

  넉 달이 넘는 백 이십여 일 동안 화성은 외로운 섬으로 남아있었다. 
  이태는 서유린의 명을 기다리며 성문을 열지 않았다.
  자신이 없는 동안 귀신처럼 타나났다 사라져버린 주슬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강희도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몇 번 이태는 서유린에게 강희의 안부를 부탁했었다. 서유린이 보내온 소식은 끔직한 것이었다.
  '강희가 사라졌다'

  효의왕후조차도 사라진 강희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서유린은 덧붙여 소식을 보내왔다.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강희의 일을 두고 이태는 감당하기 힘든 소용돌이 속에 지내왔다. 살아있을 것이라는 믿음 밖에 기댈 것이 없었다.  

  그나마 위안은 현의의 생존이었다. 다급한 위기를 넘긴 현의의 용태는 그저 고만한 상태를 유지한 채 임금의 국장일을 맞았다.
  겨울의 화성은 처연했다. 녹음이 짙어 싱싱했던 팔달산은 낙엽마저 사라진 채 소나무만이 푸르렀다. 이태는 스승 현의가 한 말을 자꾸 생각했다.

  "너는....... 이미 알고 있어......."
  "두렵.......느냐?"
  "믿거라. 너를 믿고 네 부하들을 믿고 전하의 꿈을 함께 한 장용위 군사들을 믿거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했던 말, 화성을 지키라던 그 말을.

  현의는 이태의 등을 밀며 말했다.
  "가거라......망설이지 말거라......"
  말을 하던 꿈꾸듯 아련한 스승의 눈빛이 선연했다. 스승은 다시 말했다.
  "........살아서 돌아 오거라..... 내 기다릴 것이다....... 꼭 살아야 하느니라......."
  당부하는 스승의 눈이 슬펐다. 태산을 진 듯 무거워 보였다. 이태는 약속했다. 반드시 그리하겠노라고, 스승의 명을 지키겠노라고. 

  이태는 현의가 한 생각,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화성을 지키는 일이고, 그것이  임금의 신하로서, 꿈을 보좌한 신하로서 갖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짐작하였다. 임금의 생명을 되살릴 수는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비록 그것이 허망하고 망극된 것이 될지라도. 

  임금의 시해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자꾸 많아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어약(御藥)을 과도하게 써서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당했다"는 말을 곁에서 곁으로 이어 날랐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임금이 승하하자마자 보란 듯이 정적이었던 노론 벽파들이 권력을 장악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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