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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너희 모두를 죽일 수 없다”
[연재소설 253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9-29 10:01:33최종 업데이트 : 2010-09-29 10:01:33 작성자 :   e수원뉴스
그림/김호영


서유린이었다. 화성유수 서유린.
  "문을 열어라!"
  닫혔던 장안문이 열렸다. 한달음에 달려 내려간 이태가 열린 문 앞에 섰다.
  "잘 있었는가?"
  서유린이 말을 군사에게 건네며 말했다. 어서 오시라는 이태의 말을 들으며 그가 다시 말했다.
  "들어감세."

  서유린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서유린은 저녁을 먹고, 그간 화성에 있었던 보고를 받고, 행궁이며 저잣거리며, 화홍문이며 방화수류정이며, 동북돈대며, 창룡문이며, 팔달문(八達門)이며, 화성을 한 바퀴 살피고 서장대에 오르고서도 말하지 않았다. 이태는 기다렸다. 그가 내릴 결정은 이제 장용외영 군사들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기에 서두르지 않았다. 혹여 듣게 되었을지도 모를 강희에 대한 궁금증도 참았다.  

  서장대에 올라 화성을 내려다보고 선 서유린의 옆모습은 무거워보였다. 그 사이 사윈 석양은 사라지고 어둠이 깊어졌다.
  "자네 꿈이 무엇인가?"  서유린의 그 말이 이태의 가슴에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이태가 대답 대신 물었다.  
  "강희 소식이 있습니까?"
  서유린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강희와 더불어 사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꿈이 하나일 수 있을까. 그러나 이태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서유린 그도 알 것이다. 그들이 임금과 더불어 함께 꾸었던 꿈에 대해서는. 

  서유린이 말했다.  
  "꿈을 버리지 말게."
  서유린은 이태를 보지 않았다. 서유린의 시선은 어둠 속에 잠긴 화성을 보고 있었다. 아니다. 서유린의 눈빛은 화성 너머 어디쯤, 사람의 시선을 가 닿을 수 없는 어딘가를 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태가 그의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간파했다. 이태는 서유린 앞으로 한발 나가 섰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서유린이 이태를 보았다.
  "자네가 느낀 그대로일세."
  "안 됩니다."  서유린이 고인 물처럼 조용한 눈빛으로 그를 본 채 잠시 침묵했다. 이태는 서유린의 눈빛에서 흔들림 없는 결단을 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깊은 고뇌와 격심한 갈등의 폭풍 같은 감정을 이겨낸 단단한 눈빛이었다. 이태는 불안했다. 

  "안 됩니다."  
  서유린이 입을 열었다.
  "모든 초관들을 집합시켜라."
  이태가 명을 거역했다.
  "유수 영감!"
  서유린이 다시 이태를 말없이 들여다보았다.   
  "나는........너희 모두를 죽일 수 없다."
  "꿈을 물으셨지요? 강희가 더불어 사는 꿈이 충보다 앞서지는 않습니다. 영감."  
  "파총관."
  서유린이 이태를 불렀다. 이태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유린이 말했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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