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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시인의 '세대차이'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2-02 15:45:26최종 업데이트 : 2018-02-02 15:46:20 작성자 :   e수원뉴스
이은주 시인의 '세대차이'

이은주 시인의 '세대차이'


공원이 많은 푸른 수원. 추워도 마음먹고 나가보면 다양한 산책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중에도 모처럼 풀려나 밖에 나온 반려동물과 주인의 모습은 우리네 삶의 축도다. 어느새 동반자가 된 개와 고양이 등의 위세가 현대인의 사람살이를 너무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세태를 재미있게 잡아낸 이은주(1965~) 시인은 2014년 시조시학으로 등단했다. 자신부터 알아야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겠다고 시작한 시공부가 시인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알아야 가르친다는 마음가짐에 시라는 미답(未踏)을 열고, 동시와 정형시로 현대문명의 이면을 짚으며 견고한 시적 개성을 구축하는 중이다.

이 시는 읽는 순간 푸훗, 웃음을 물게 한다. 유머와 함께 살짝 깔아놓은 풍자는 우리네 삶의 여러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언제부터인지 호칭도 '애완견, 애완묘'가 아니라 '반려견, 반려묘'로 불러야 현대인의 교양에 맞는 듯 변한 세태. '개00'라고 욕에 갖다 붙이기 일쑤이던 과거 들먹이며 애완동물 모시고 우대하는 게 눈꼴시다고 투덜댈 경우에는 '공공의 적'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이런 풍경은 어떠하신지, 시에는 이런 질문이 담겨 있다. '동화 속 꽃대궐 같은 아기들의 유모차'는 당연한 모습이지만, '검은 색 도글라스까지 최신형 개 유모차'는 좀 갸웃거릴 만한 구경거리 같다. 게다가 '벽돌 한 장 태우고 그 무게 반려 삼아/배를 얹어 밀고 가는 할머니의 헌 유모차'를 보면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아기의 '꽃대궐' 유모차는 아름답지만, 할머니가 힘겹게 밀고 가는 '헌 유모차'는 누가 봐도 아프니 말이다.

할머니들의 새로운 '반려'가 된 유모차는 지면에도 종종 오르내린 낯익은 모습이다. 그나마도 기대어 걸을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런데 '헌 유모차'를 반려 삼아 간신히 문 바깥을 돌아다니는 할머니들에 비해 '개 닮은 중년부인'이 '쩔쩔매며 둥기둥기'하는 '최신형 개 유모차'는 얼마나 대조적인가. 개팔자가 상팔자인 시절을 살고 있지만 볼수록 씁쓸한 대비에 그저 묵묵해진다.

그런 풍자 속에 웃음을 살짝 곁들이자 공원이 한층 다양한 사람살이의 면목으로 다가온다. 매탄동의 공원만 아니라 많은 공원과 거리에서 만나는 것이 시 속의 풍경이니, 펫(pet)문화가 점점 위세등등해질 판이다. 사람보다 귀하신 몸도 흔해진 상황, 시인은 그것을 세(3) 대 차이이자 세대(世代) 차이로 중첩해 읽으며 세 유모차 속의 현실을 일깨운다.

오늘도 공원에는 산책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맹추위도 곧 물러날 터, 우리네 공원들도 곧 산책의 활기를 푸르게 되찾을 것이다. 점점 벌어지는 세대차이를 잘 넘어야 하지만, 그냥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도 하나의 길이다. 함께 걷는 게 함께 웃는 세상 만드는 깊은 힘이듯.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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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을 노래하다, 이은주 시인, 매봉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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