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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규 시인의 '가래떡 노릇해질 사이'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2-10 14:52:20최종 업데이트 : 2018-02-12 09:19:56 작성자 :   e수원뉴스
김남규 시인의 '가래떡 노릇해질 사이'

김남규 시인의 '가래떡 노릇해질 사이'


설이 들어있어 설레는 한 주일. 명절이라는 이름값만큼 걸맞게 차례 준비로 골이 아프기도 할 때다. 세뱃돈 받는 아이들은 신나지만 어른들은 신음부터 나올 수도 있겠다. 그래도 맛난 음식 추억은 스치려니, 설의 상징 같은 흰떡 가래떡은 추억이 특히 많을 법하다.

김남규(1982~) 시인도 조원동에서 많이 봤는지 '가래떡 노릇해지는 사이'를 소환한다.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기대만큼 젊은 시조를 쓰는데 가끔 추억의 풍경도 그린다. 현대문명의 단면을 날카롭게 잡아 아이러니 같은 경쾌한 문법으로 그리는 독특한 시조 어법을 보여준다. 시집으로 '일요일은 일요일을'과 '집그리마'를 냈고, 최근에는 평론도 활발하다.

설날 가래떡은 나이를 한 살 더 먹이는 전통음식 떡국의 그 흰 떡이다. 그런 가래떡이 어느새 길거리 간식이 되어 노릇노릇 구워지는 풍경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노릇이 구워진 가래떡은 어느 떡보다 침샘을 자극한다. 화롯불에 구워 먹던 시골집 추억이 오감을 더 건드리나보다. 노릇이 구워진 가래떡의 색감과 냄새는 그만큼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니 지나치는 손들도 다시 당긴다.

특히 겨울이면 골목풍경을 따뜻이 완성하는 가래떡. 군밤이며 군고구마와 함께 추운 겨울 골목을 덥혀온 정겨운 간식거리다. 퇴근길 헛헛한 발길이라면 대부분 그 수레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물론 호떡이며 추운 날 김이 펄펄 오르는 어묵의 유혹도 세다. 하지만 가래떡이 구워지는 동안의 따스함과 고향의 저녁연기 같은 정겨움은 가래떡이 제일 강하지 싶다.

시골에서는 설날 며칠 전부터 가래떡을 뽑느라 방앗간이 분주했다. 눈이 하얗게 쌓인 마을길을 하얗게 김 오르는 가래떡 함지박을 이고 오는 어머니들 모습은 언제 돌려봐도 그리운 필름이다. 가래떡을 베어 물며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풍경 속을 거닐어본다. 이제는 연탄불에 굽는 '가래떡 노릇해질 사이'들이 잇고 있는 구수한 내음의 골목들이 새삼 오붓하다. 

그러고 보니, 가래떡은 우리의 탯줄 같은 떡이 아닐지…. 고향을 찾든 도시에서 보내든, 설이 우리의 탯줄을 깨우듯 말이다. 문득 동네 어른들께 세배 다니던 그때는 절 올리는 마음을 더 갖고 자랐지 싶다. 삼가며 맞는 새해, 몸 마음을 다시 정갈히 다듬는다.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김남규 시인, 가래떡, 연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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