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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호 시인의 '정월'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2-14 16:09:47최종 업데이트 : 2018-02-16 16:47:24 작성자 :   e수원뉴스
임병호 시인의 '정월'

임병호 시인의 '정월'

설날다운 설날이었다고 할까. 남북이 잠시나마 같이 웃은 데서 민족명절의 참모습을 찾아본다. 분단은 핵 문제로 시끄러울 때나 부상하지 사실 일상에선 느끼지도 못하게 긴 세월이 흘렀다. 그러니 안부 묻기만도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오롯해질 밖에. 안부는 주변과도 마찬가지라 물을 수 있고 또 들을 수 있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지 싶을 때가 늘고 있다.

 

'눈 내리는 연무동'을 그윽이 펼쳐내는 임병호(1947~) 시인. '환생'을 비롯해 19권의 시집을 냈는데, 수원을 가장 많이 그리는 시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중 시인이 오래 살았던 연무동 시편에서는 가난하던 시절의 살림이 훤히 드러나서 더 살가운 향수를 일깨운다. '그땐 그랬지' 하며 웃음을 머금거나 쓰리고 아픈 속내를 짚어보게도 하는 것이다.

 

이 시에도 '연무동'이 동화 속 마을처럼 정겹게 등장한다. '눈 내리는' 겨울밤인데 눈보라 몰아치는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시인의 따스한 시선과 마음에서 연유한다. 시인 스스로 인정했듯 '행복주의자' 같은 긍정의 마음이 시의 고샅에도 많이 담기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아픈 마음을 곡진하게 담아낸 초기 시편과 달리 어느 시점부터는 정 많은 시인의 본마음을 그대로 진솔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눈도 '산천에 그리움 쌓이는 소리'로 들을 밖에. 그것은 눈이 지닌 포근함(함박눈은 특히 포근한 느낌이 강하다)에서도 나오지만, 그보다 정겹게 열린 시인의 귀가 짚어내는 소리다. '금렵구의 사슴으로//처자식들 모두 잠든 밤' 홀로 깨어 있는 자신을 '외로운 보호림'으로 인지하건만 크게 외로워 보이진 않는다. 눈 내리는 중에 누군가 다녀가는 자취를 느끼고, 그 안에서 힘을 받듯, 밤의 위업에 함께 작용하는 때문이랄까.

 

그렇게 '저승에서 찾아오신 혼령이' 다녀가는 밤. 깨어 있는 시인은 그 사이에서 크나큰 숨결을 받아든다. 다름 아닌 '봄의 숨결을 뿌려놓고 가셨다'는 것. 그것도 '아… 마을 가득히'…. 감탄과 감사를 다 품은 '아…'는 우리에게도 전이되며 같이 끄덕이게 이끈다. 눈이 그리움으로 쌓이는 밤의 신비로운 작용에 감전된 탄식은 과장이 아니다. 그렇게 마을에 봄은 또 오고 사람들은 봄의 일을 해나갈 것이다.

 

조상께 예 올리는 설에 수원고을 다녀간 '혼령'도 많았을 게다. 잘 살고 있나들, 깊이 돌아보며 더러는 흐뭇이 더러는 안타까이 건너갔을 저세상의 혼령들. 어쩌면 그 덕에 우리가 살고, '봄의 숨결'도 피어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이제부터는 봄빛이 날로 환히 돋겠다.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임병호 시인, 연무동, 정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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