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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금자 시인의 '유년의 우물'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2-24 08:54:06최종 업데이트 : 2018-02-24 08:54:30 작성자 :   e수원뉴스
홍금자 시인의 '유년의 우물'

홍금자 시인의 '유년의 우물'

명절이 예전에는 설 지나고 대보름까지 이어졌다. 대보름달이면 가장 큰 달을 귀하게 맞이해 소원을 빌고, 쥐불놀이 등 민속놀이를 하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축제로 삼았다. 농사를 근간으로 하는 세시풍속에서 정월 대보름은 큰 명절의 하나로 전통을 이어왔던 것이다.

그런 보름달이 뜨면 정갈한 우물이 생각난다. 어머니들이 소원을 빌곤 하던 뒤란의 우물. 그런 우물의 추억을 그린 홍금자(1944~) 시인은 수원 서둔동 출신으로 1987년 '예술계'를 통해 등단했다. '고삐 풀린 시간들', '그리움의 나라로' 등 16권의 시집을 냈을 만큼 작품 활동이 활발한 시인이다.

우물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준 곳. 당연히 많은 추억의 저장고다. 무엇보다 차고 맑은 물을 길어 쌀 씻고 채소 씻고 밥을 지어 가족의 생명을 잇게 해준 점에서 소중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밖에서 묻혀온 때 씻고 몸 씻는 일상 속의 정화를 늘 담담히 수행해준 곳이었다. 여름이면 더위 식히는 오이, 참외 등의 천연냉장고이자 등목 주고받는 시원함 속에 웃음이 넘치기도 했다. 또한 여자의 공간으로 봉숭아니 채송화니 꽃 같은 수다 만발하는 꽃밭의 기억도 넘치게 가꿔주었다. 

돌아보면 우물의 일은 끝이 없다.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 것도 우물이 말없이 해온 일종의 '거울' 같은 역할이다. 시인도 서둔동 우물에서 '까만 얼굴의 자신을 만난다'. 우물은 그렇게 자신을 비춰보며 자신의 모습을 다시 만나는 시간을 주곤 했다. 윤동주도 우물을 들여다보며 성찰의 자화상 시를 썼듯, 집집이 두었던 우물이 오랫동안 거울 노릇을 해준 것이다.

그런데 다시금 '두레박을 깊게 내려'보지만 거기서 시인은 '허리 디스크로 결박된' 채 비춰지는 자신을 본다. 그럼에도 우물에서 '유난히 하얀 이가 빛나던/단발의 계집애' 모습을 만날 때는 행복한 시절로 돌아간다. 지금은 비록 우물이 다 없어져가는 시절이지만 그리운 우물은 어딘가에서 우리의 삶을 되비추고 있었던 게다. 아, 시를 읽다 보니 우물에서 길러온 그 순하고 정한 그리움들이 다시 간절히 그리워진다.

대보름달은 올해도 환히 떠서 지상을 고루 비출 것이다. 곳곳에서 하얀 비손들이 소망을 올릴 것이다. 어려운 사람일수록 긴 바람을 거듭 되뇌리라. 그리하여 비나니 어려운 일, 잡스러운 일 등을 다 씻어 부디 대보름 달빛처럼 밝고 환한 세상으로 거듭나길….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홍금자 시인, 우물, 서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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